AI 거버넌스, 데이터 주권의 갈림길

AI 혁신의 빛과 그림자: 데이터 독점이 초래하는 문제

왜 민주적 접근이 필요한가: 기술 발전과 신뢰의 균형

공공의 이익을 위한 AI, 한국의 성장 전략은?

AI 혁신의 빛과 그림자: 데이터 독점이 초래하는 문제

 

지난 몇 년간 인공지능(AI)은 놀라운 속도로 우리 생활 전반에 침투해왔습니다. 보험 가입 심사에서부터 자율 주행차, 의료 진단, 심지어는 예술 창작까지, AI가 어느새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기술의 발전이 모든 이들에게 동등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혹시 소수의 회사나 국가가 AI를 통해 권력과 부를 독점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이 질문은 기술 발전이 가져다주는 혜택 못지않게, 이를 다루는 윤리적 문제와 데이터 주권이라는 핵심 과제를 제기합니다.

 

AI 연구와 개발은 방대한 데이터와 이를 처리하는 컴퓨팅 자원에 크게 의존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모든 자원을 보유한 플레이어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주요 IT 대기업들이 있죠.

 

이러한 데이터 독점 구조는 AI 발전의 중심이 되어왔으며, 이로 인해 가속화된 기술 발전이 결국 대중이 아닌 독점 기업과 이들 국가의 이익으로 귀결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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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 블로그에 2026년 3월 게재된 'AI 시대의 인프라: 델리 AI 임팩트 서밋의 성찰(Infrastructure for an AI Age: Reflections from the Delhi AI Impact Summit)'이라는 기고문에서 Anna Tumadóttir와 Rebecca Ross는 이러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델리에서 개최된 AI 임팩트 서밋은 전 세계 AI 연구자, 정책 입안자,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여 AI 거버넌스의 미래를 논의한 중요한 장이었습니다.

 

두 저자는 이 서밋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AI 거버넌스가 반드시 민주적이고 공정한 데이터 접근 방식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그들은 현재 AI 기술의 발전이 기존의 권력 불균형을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고 경고합니다.

 

AI 개발과 배포 과정에서 개방성(openness), 주체성(agency), 형평성(equity)이라는 세 가지 핵심 원칙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AI는 소수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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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어떤 교훈을 얻고 대응해야 할까요? 한국이 AI 산업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면 단순히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데이터 규제와 분배 문제를 균형 있게 다루어야 합니다. 이는 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의 신뢰를 구축하고, 글로벌 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필수 과제이기도 합니다.

 

과거 2018년 기준으로 세계 데이터의 90%는 불과 그 이전 2년 동안 생성되었다는 통계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데이터 생성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2025년 국제데이터공사(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매년 23%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6년 현재 연간 생성 데이터량은 약 180제타바이트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개인과 사용자 데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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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인이 생성한 데이터가 대기업의 플랫폼 안에서만 활용될 수 있다면, 이는 결국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할 것입니다. Tumadóttir와 Ross는 델리 서밋에서의 논의를 인용하며 "진정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유 인프라와 협력적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들은 AI 역량의 독점을 막고 그 혜택이 널리 분배될 수 있도록 국제적 차원에서의 노력을 촉구하며,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혁신은 중요하지만, 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나눠져야 한다는 원칙은 단순한 도덕적 이상이 아닙니다.

 

이는 경제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본 조건이기도 합니다.

 

왜 민주적 접근이 필요한가: 기술 발전과 신뢰의 균형

 

또한 AI 정책은 글로벌 차원에서의 협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사업적인 이해 관계를 넘어 공공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연대가 필수입니다. Creative Commons 블로그는 AI 연구가 효과적으로 민주화되기 위해선 기술뿐 아니라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준이 공정해야 하며, 개방성과 협력을 통해 국제 사회 전체가 이를 공유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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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불균형을 완화하고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2024년 AI 법안(AI Act)을 통과시켜 AI 시스템의 위험도에 따른 규제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이 법안은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엄격한 투명성과 책임성 요구사항을 부과하며,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미국 또한 2025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을 통해 'AI 권리장전 블루프린트(Blueprint for an AI Bill of Rights)'의 이행 지침을 강화하며, 알고리즘 차별 방지와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데이터 주권의 문제입니다. 국가와 기업 간 데이터 자원의 비대칭적 배분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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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중국은 2017년 사이버보안법을 통해 자국 내에서 수집된 데이터의 국내 저장을 의무화했으며, 인도는 2025년 디지털 개인정보보호법(Digital Personal Data Protection Act)을 통해 민감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기적으론 자국 내 경제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데이터 협력을 저해할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데이터 규제와 협력은 상호 보완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AI 기술을 빠르게 혁신하고 상용화하려면, 자유로운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술 스타트업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규제는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과도한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늦추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AI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분배해야 한다는 논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AI 거버넌스와 데이터 주권의 두 축을 중심에 두고 경쟁력을 강화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투명하고 협력적인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한국은 2020년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시행하며 개인 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간 균형을 꾀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데이터 3법은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앙 규제 기관으로 일원화하며, 마이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데이터 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2025년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 3법 시행 이후 국내 데이터 거래 시장 규모는 연평균 18% 성장하여 2025년 기준 약 3조 2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또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자는 2026년 2월 기준 1,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금융, 의료, 통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주체성을 갖고, 데이터 활용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AI, 한국의 성장 전략은?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AI 기술 기업들은 글로벌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데이터 접근성이 낮고, 컴퓨팅 자원이 제한적입니다. 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의 67%가 "양질의 학습 데이터 확보"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 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고,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 연간 2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AI 허브를 통해 약 4,200종의 AI 학습용 데이터셋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또한 관련 분야의 국제적 협력을 확대해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심에서 역할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2024년 OECD AI 정책 옵서버토리(Policy Observatory)의 주요 참여국으로서 AI 원칙과 권고안 이행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글로벌 파트너십 온 AI(GPAI)의 이사회 멤버로 선출되어 책임 있는 AI 개발을 위한 국제 협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모든 국가와 개인에게 공정한 혜택을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선 개방성, 주체성, 형평성이라는 원칙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이고 윤리적인 접근이 필수입니다.

 

Tumadóttir와 Ross가 델리 서밋에서 강조했듯이, 공유 인프라 구축과 협력적 접근 없이는 AI 역량의 독점을 막고 그 혜택을 공정하게 분배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ICT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5년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3회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5G 네트워크 커버리지는 전국의 98%에 달합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AI 거버넌스와 데이터 주권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견국 외교(middle power diplomacy)의 일환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며, 포용적이고 민주적인 AI 거버넌스 체제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는 분명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의 발전 자체만을 목표로 삼아선 안 됩니다. AI 발전이 한국 경제와 사회 전반의 이익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하고, 글로벌 차원의 AI 공정성과 협력을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면서도 국제 협력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윤리적 원칙을 지키는 규제 체계, 그리고 기술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AI 개발 철학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AI가 가져다줄 새로운 미래를 진정으로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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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creativecommons.org

작성 2026.03.18 01:24 수정 2026.03.18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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