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해법: 이코노미스트의 시각
기후 변화는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도전 과제 중 하나로, 이는 단순히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해외 주요 매체들은 이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내렸다. 특히 시장 중심의 자유주의적 접근과 정부 주도의 규제적 접근 사이의 논쟁은 기후 정책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의 해법: 이코노미스트의 시각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2월 15일자 논설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시장 중심의 해법을 제안했다. 이 매체는 탄소 가격제, 배출권 거래제, 그리고 재생에너지 기술 혁신이 가장 효율적인 대응 방안이라 주장했다. 이러한 방안들은 자율적인 시장 원리에 기반하여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혁신을 통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탄소 가격제는 기업들이 탄소 배출 비용을 직접적으로 감당하게 함으로써 자율적인 감축 동기를 부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기업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자유 시장 원리에 기반한 유연한 정책 설계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이다. 실제로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유럽연합(EU)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EU의 배출권 거래제(ETS)는 2005년 도입 이후 유럽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 감축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들은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율적으로 기술 혁신을 이루게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 독일은 에너지전환(Energiewende)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왔으며, 이는 시장 메커니즘과 정부 지원이 결합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시장 중심 접근법이 적절한 정책적 뒷받침과 결합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에,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시장의 자율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비판점이다. 특히, 단기적인 이익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이 장기적인 환경 목표를 경시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탄소 가격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탄소 가격이 충분히 높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산업계의 반발로 인해 탄소 가격을 적정 수준까지 올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므로 시장 중심의 접근 방식이 실질적인 기후 변화 대응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규제가 중요한 이유: 가디언의 주장 반면, 진보 성향의 가디언은 정부의 강력한 개입 없이는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2026년 2월 16일자 칼럼에서 가디언은 정부가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철폐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대규모 공공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시장 중심 접근법이 기후 위기의 긴박성에 부응하기에는 너무 느리고 불충분하다고 비판하며, 국제 사회의 구속력 있는 기후 협약 준수를 촉구했다. 정부 차원의 규제가 없을 경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는 기후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가디언의 우려다. 가디언은 시장이 자발적으로 기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실제로는 강력한 정부 규제와 대규모 공공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규제가 중요한 이유: 가디언의 주장
미국의 사례는 이러한 가디언의 주장을 더욱 뒷받침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환경 보호 규제를 대폭 철회한 결과, 미국의 기후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폐지하는 등 환경 규제를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가 다시 도입되지 않는 한, 국제적 기후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디언의 입장에 따르면, 정부 개입 없는 기후 변화 대응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변화와 사회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화석 연료 산업 종사자들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디언은 강조한다. 사우디의 야심찬 실험과 그 한계
The Nation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가프로젝트 '더 라인(The Line)'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막 한가운데 탄소 중립 미래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으나, 현실적 한계와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이 단순히 기술적 해법이나 대규모 투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 구조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우디의 사례는 기후 변화 대응에서 '그린워싱(Greenwashing)'의 위험성도 경고한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상징적 프로젝트만으로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진정한 기후 대응은 경제 구조 전반의 전환을 요구하며, 이는 시장 메커니즘과 정부 규제가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는 교훈을 준다. 한국의 기후 정책에 대한 시사점
한국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0위권 내에 위치하며, 1인당 배출량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여전히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으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특히, 현재의 에너지 전환 속도가 국제사회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전략적인 정책 조정이 요구된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실질적인 이행 계획과 중간 목표 달성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구체적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코노미스트가 제안하는 시장 중심 접근법과 가디언이 강조하는 정부 주도 규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배출권 가격이 충분히 높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기업들의 자율적 기술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기존 화석 연료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전환 교육 및 재정 지원을 통해 사회적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의 기후 정책에 대한 시사점
역사적으로 한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경시해온 경향이 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은 '선성장 후분배' 논리 하에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외의 압박으로 인해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정책 변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한국 정부는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목표가 이전 정부보다 축소되었다는 비판도 있어, 기후 대응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환경 보호라는 세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
향후 한국의 기후 정책은 국제 사회 속에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방법론 수립이 중요하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평균 4-5%의 배출량 감축이 필요한데, 이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또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환경 규제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시도해야 한다. 유럽연합이 도입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이 제도는 한국의 철강, 화학, 시멘트 등 주력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 및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기후 변화가 한국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에너지 가격 변동은 산업 전반에 걸쳐 비용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화석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 제조업에서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자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확보는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해 생활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비용은 지난 10년간 약 80% 이상 하락했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환경적 이유만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취하는 정책과 행동이 미래 세대의 생존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강조하는 시장 효율성과 가디언이 요구하는 사회적 정의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더 효과적인 기후 변화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독자들에게도 일상에서 기후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길 제안한다. 기후 변화 대응은 단순히 환경 보호의 차원을 넘어 경제와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이다.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더욱 다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효율적 자원 배분과 정부 규제를 통한 공정한 전환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경제적 번영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균형점을 찾아 국제 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서동민 기자
[참고자료]
https://www.economist.com/opinion/climate-market-solution-feb2026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climate-gov-regulation-feb2026
https://www.thenation.com/article/politics/the-line-a-saudi-megaproject-is-de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