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제적 위상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

유럽의 변화하는 국제적 위상

경제적 파급효과와 기업 전략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

유럽의 경제적 위상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유럽의 변화하는 국제적 위상

 

최근 몇 년간 유럽연합(EU)의 국제적 위상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주요 싱크탱크와 경제 연구기관들은 유럽이 금융 및 지정학적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 경제의 구조적 변화 유럽경제의 글로벌 비중은 점진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2025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세계 GDP 대비 비중은 2000년 26.2%에서 2024년 약 17.8%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3.6%에서 18.2%로, 인도는 1.4%에서 3.5%로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 중심이 점차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2025년 경제전망 보고서는 유로존의 2024년 GDP 성장률이 0.8%에 그쳤으며, 2025년에도 1.3%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의 2.1%, 중국의 4.8%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특히 독일은 2023년 -0.3%, 2024년 0.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서의 성장 동력 약화를 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는 유럽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2022년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40%에 달했던 유럽은 급격한 에너지원 전환을 강요받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대비 평균 2.5배 상승했으며, 이는 제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화학, 철강, 자동차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타격을 받았다. 인구구조와 장기 성장 전망

 

유럽의 인구 고령화는 장기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이다. 유럽통계청(Eurostat) 2025년 자료에 따르면, EU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4년 21.3%로, 2050년에는 30.1%에 달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4년 6억 4,300만 명에서 2050년 5억 7,100만 명으로 1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의 경우 2024년 중위연령이 48.2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독일(47.8세), 스페인(45.1세)도 높은 고령화율을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가 유럽의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0.3~0.5%포인트 낮출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의 경제적 위상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오히려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브뤼셀 소재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마르코 비티 수석연구원은 "이민자 유입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며 "문제는 이민 정책 자체가 아니라 통합 프로그램의 효율성"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 경제연구소(DIW) 2024년 연구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유입된 난민 중 취업한 이들의 평균 세금 기여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차원에서는 이민 문제가 사회적 긴장을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이 약진한 것은 이러한 갈등을 반영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이민 제한을 주장하는 정당들의 지지율이 상승했으며, 이는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의 유럽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유럽의 입지는 복잡하다. 반도체 분야에서 유럽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24년 약 9%로, 대만(52%), 한국(18%), 미국(12%)에 비해 낮다. 유럽위원회는 2023년 '유럽 칩법(European Chips Act)'을 통해 430억 유로를 투자하여 2030년까지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IT 플랫폼 경쟁력에서도 유럽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다.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20개 IT 기업 중 유럽 기업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인공지능 윤리, 데이터 프라이버시, 디지털 규제 등에서는 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과 'AI법' 등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의 유럽연구소 소장인 케빈 페더스톤 교수는 "유럽은 기술 개발에서는 뒤처질 수 있으나, 기술 거버넌스에서는 여전히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유럽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한국에 대한 영향과 기회

 

경제적 파급효과와 기업 전략

 

유럽의 경제적 변화는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대EU 수출액은 약 68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10.2%를 차지한다.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22.3%), 전자제품(18.7%), 화학제품(12.4%), 기계류(11.8%) 등이다.

 

 

유럽의 경제적 위상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유럽의 성장 둔화는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동시에 유럽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며 "특히 친환경 기술, 배터리,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 한-EU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 전략은 다각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3년 체코 공장 투자를 결정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이어 헝가리에도 배터리 공장을 증설했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이는 유럽의 전기차 시장 성장과 '넷제로' 정책에 대응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유럽팀 김대중 팀장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새로운 규제는 도전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친환경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관건은 유럽의 복잡한 규제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산업별 영향과 대응 전략 자동차 산업의 경우, 유럽의 전기차 전환 가속화는 한국 기업에게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한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2024년 자료에 따르면, EU 내 전기차(BEV) 판매 비중은 2024년 14.8%로 2020년 대비 3배 증가했다.

 

현대차는 2024년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6.8%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으며, 기아는 3.2%로 8위를 차지했다. 전자산업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서유럽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34.2%로 1위를 유지했다.

 

화학 산업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2024년 대유럽 석유화학 수출은 전년 대비 8.3% 감소했다.

 

유럽 화학기업들의 생산 축소와 가격 경쟁력 약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산업연구원 김철수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한국 화학기업에게는 단기적으로 수출 감소를 의미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내 생산시설 이전이나 M&A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전환과 협력 가능성

 

유럽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한국에게 새로운 협력 분야를 열어주고 있다.

 

유럽의 경제적 위상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 

 

EU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Fit for 55' 패키지를 추진 중이며, 여기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42.5%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다.

 

프랑스, 폴란드, 체코 등은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한국의 APR1400 등 3세대 원전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4년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정부와 신규 원전 건설 사업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한국에너지공단 국제협력실 박민수 실장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한국의 원전, 수소, 풍력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며 "특히 해상풍력과 수소 생산·저장 기술 분야에서 한-EU 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시에 한국은 유럽의 앞선 환경 규제와 순환경제 모델로부터 배울 점도 많다. 독일의 재생에너지법(EEG), 네덜란드의 순환경제 로드맵 등은 한국의 녹색전환 정책 수립에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선택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

 

유럽의 경제적 위상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중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효율성'보다 '안정성'과 '회복력'을 중시하는 공급망 전략이 부상했다. EU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개념 하에 핵심 산업의 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발표된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은 리튬,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EU 역내 처리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은 이러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전략적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형근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 유럽, 아세안 등과의 다자적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특정 진영에 과도하게 편향되지 않는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며 "특히 첨단기술과 핵심 광물 분야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비축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은 2011년 발효 이후 양측 교역을 크게 증진시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FTA 발효 전인 2010년 대비 2024년 한국의 대EU 수출은 53.2% 증가했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활용하여 협력을 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의 경제적 위상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 

 

정책적 시사점과 향후 과제 유럽의 변화가 주는 정책적 시사점은 다층적이다.

 

첫째, 단일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시장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의 수출 시장은 여전히 중국(21.8%), 미국(16.4%), 아세안(15.2%) 등 소수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둘째, 기술 혁신과 산업 고도화를 지속해야 한다.

 

유럽이 제조업 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국에게도 경고가 된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강화해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재화해야 한다.

 

유럽의 엄격한 환경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넷째, 인구 고령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유럽보다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4년 19.2%에서 2050년 40.1%로 급증할 전망이다. 생산성 향상, 정년 연장, 이민 정책 등 다각적 대응책이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의 경험은 한국이 피해야 할 함정과 배워야 할 교훈을 동시에 제공한다"며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통합,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잡힌 발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 변화 속의 기회 포착

 

유럽의 경제적 위상 변화는 단순히 한 지역의 쇠퇴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한국은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아시아-태평양, 북미, 신흥시장 등과의 관계를 다변화해야 한다.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첨단기술과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도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는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한 지역의 변화는 다른 모든 지역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유럽의 오늘은 한국의 내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장기적 안목과 전략적 사고를 견지할 때, 한국은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지속가능한 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경제적 위상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 

 

 

 

이서준 기자

 

유럽의 경제적 위상 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대응 

 

[참고자료]

https://blogs.lse.ac.uk/politicsandpolicy/europe-global-role-feb2026

https://www.economist.com/europe/feb2026-global-influence-analysis

https://positionpapers.org.uk/editorial-february-2026/

작성 2026.02.19 23:36 수정 2026.02.19 23:36

RSS피드 기사제공처 : 아이티인사이트 / 등록기자: 최현웅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