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18화 퇴사 이후, 어떤 하루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마음은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다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처음으로 마주한 날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아침 식탁에 앉아 있다는 낯섦

퇴사 첫날의 아침은 이상하게 고요했다. 늘 서둘러 나가던 시간에 식탁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다. 출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아직 몸에 닿지 않은 채, 아침은 평소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아들이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와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빠, 오늘 쉬는 날이야?”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 말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쉬는 날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길 것 같았고, 그렇다고 설명하기에는 아직 나 스스로도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날의 아침은 그렇게 설명되지 않은 채 시작되었다.

 

집이 하루의 중심이 되는 순간

그날의 공기는 종일 어색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은 편했지만, 그 편안함이 오히려 긴장을 불러왔다. 그동안 집은 아침과 저녁 사이를 건너뛰는 장소였다. 이제는 하루의 중심이 되었다. 점심 무렵 주방을 서성이다가 문득 깨달았다. 점심을 챙겨야 하는 사람의 자리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을. 퇴사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익숙했던 시간표가 사라지는 일이었다.

 

같은 도시에 서 있지만 다른 시간에 있는 느낌

아침 산책 중 멀리 회사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늘 그곳을 향해 걸어가던 수많은 아침들이 떠올랐다. 지금쯤이면 책상 앞에 앉아 있을 과거의 나. 출근하는 사람들의 흐름 바깥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더 이상 같은 시간에 속해 있지 않다는 사실이 가슴을 스쳤다. 그날의 도시는 그대로였지만, 나는 이미 다른 리듬 속에 있었다.

 

낮 시간의 자유가 주는 불편함

낮 시간에 외출하는 일은 생각보다 불편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들고 걷는 동안에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움직였다. “이 시간에 이렇게 걸어도 되는 걸까.”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는 기분이었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일을 해야 한다는 감각이 남아 있었다. 오래 유지해 온 생활의 리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익숙해진 집, 여전히 불편한 바깥

며칠이 지나며 집에서의 생활은 자연스러워졌다. 아이를 챙기고, 집을 정리하고, 차를 우리는 하루가 익숙해졌다. 그러나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아파트 단지에는 너무 많은 얼굴들이 있었다. 부모님, 지인들, 아이의 친구 부모들. 어디로 가든 누군가를 마주칠 수 있는 공간에서 나는 괜히 조심스러워졌다.

 

부모 앞에서 더 어려워진 말 한마디

그 무렵까지 퇴사 이야기를 부모님께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먼저였다. 그러다 우연히 어머니를 마주쳤다. “오늘 회사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연차야. 오늘 하루 쉬려고.” 너무 쉽게 나온 말이었고, 돌아서서야 마음이 따라왔다. 그날 부모님 앞에서 나는 설명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스스로 만든 질문들

동네의 시선도, 지인들의 얼굴도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혼자서 질문을 만들어냈다. “요즘 회사 안 가나?” “무슨 일 있나?”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마음이 예민해져 있었다.

 

SNS 앞에서 멈추는 손

SNS 앞에서도 자주 멈췄다. 커피 한 잔, 산책길의 풍경, 낮의 햇살.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올렸을 장면들이 설명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혼자서 시선을 상상했다. 결국 사진은 올리지 못한 채 화면을 닫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도 나는 나를 검열하고 있었다.

 

가장이라는 자리에서 느껴진 무게

불편함의 가장 깊은 곳에는 ‘가장’이라는 자리감이 있었다. 집에 있는 나를 아내와 아이에게 보여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은근한 미안함이 쌓였다. 아이의 눈에도 “오늘도 아빠는 집에 있네?”라는 조용한 물음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마음은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다.

 

불편함을 피하지 않기로 한 선택

그럼에도 그 하루를 버리지 않았다. 어디로 도망치지도, 서둘러 증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다만 불편함 속에 그대로 머물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시간들을 조용히 견뎠다. 어쩌면 그 불편함 자체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퇴사 이후의 하루는, 누구의 시간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일하지 않는 하루는 과연 쉬는 날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회사에 가지 않는 시간’을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 되게 만들었을까.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오롯이 살아낸다는 것은, 무엇으로 증명되어야 하는가.

 

특별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달라진 하루

퇴사 이후의 하루는 특별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변화도 없었고, 박수칠 일도 없었다. 그러나 그 하루는 분명히 다른 자리로 나를 데려갔다. 누구의 시간도 아닌,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처음으로 마주한 날이었다. 아직 답은 없지만, 그 질문을 피하지 않고 하루를 끝까지 살아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남아 있었다.

 

* 해당 글은 우리문학 공모전에 응모한 작품을 보통의가치 뉴스 칼럼식으로 바꿔 작성한 글임을 밝힌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2.12 23:50 수정 2026.02.1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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