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키워드 중 하나는 ‘치유’다. 산림치유, 농업치유, 치유관광, 치유음식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숲길을 걷고, 텃밭을 가꾸고, 로컬푸드를 먹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경험은 이제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일상의 대안이 되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돌아보면, 치유는 아직 ‘산업’이라 부르기에는 구조가 약하다. 지역마다 프로그램의 질이 다르고,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도 충분하지 않으며, 전문 인력 체계 역시 통일되어 있지 않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속성과 확장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치유를 감성적 체험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무엇보다도 ‘서비스표준화’가 필요하다.
첫째, 치유 프로그램의 구조를 표준화해야 한다. 단순 체험형 이벤트가 아니라, 진단-체험-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체계적 모델이 필요하다. 예컨대 치유관광은 참여자의 스트레스 수준을 사전에 점검하고, 산림치유, 명상, 농업체험, 치유식단을 통합적으로 운영한 뒤, 사후 온라인 관리 프로그램까지 연계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최소 1박 2일, 2박 3일 등 표준 패키지가 정립될 때 시장의 신뢰도도 함께 높아진다.
둘째, 효과와 안전에 대한 국가 차원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산림치유 지도사, 농업치유 프로그렘 운영자, 치유음식 조리 전문가 등 관련 인력의 자격 기준을 통일하고, 참여 인원, 안전관리 매뉴얼, 위생 기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스트레스 지수 변화, 심리검사 전후 비교 등 데이터를 축적해 치유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산업은 ‘느낌’이 아니라 ‘신뢰’ 위에서 성장한다.
셋째, 치유음식과 농업치유 역시 표준 모델이 필요하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되 영양 성분과 기능성을 고려한 식단 기준을 마련하고, 인증제도를 통해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 농업치유는 아동, 노인, 직장인 등 대상별 프로그램 구조를 구분하고 의료, 복지 서비스와 연계될 때 그 가치가 배가된다.
넷째, 통합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 전국의 치유 프로그램을 한눈에 검색하고, 개인 맞춤형 추천을 받을 수 있으며, 참여 이후 효과를 추적 관리하는 디지털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 홍보 수단이 아니라, 웰니스 빅데이터를 축적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된다.
치유에 대한 수요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조다. 감성에 기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데이터와 전문성, 인증과 평가체계를 갖춘 산업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 치유가 일시적 유행으로 끝날지, 국가 전략 산업으로 도약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치유는 마음을 다독이는 행위다. 그러나 산업은 냉정한 시스템 위에서 움직인다. 치유를 진정한 미래 먹거리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제는 ‘서비스표준화’라는 토대를 다져야 한다.
서비스표준화가 되면, 현장은 안정된다. 누가 와도 같은 기준으로 일할 수 있고, 교육과 현장 참여가 가능해진다. 청년은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고, 중장년은 경험을 살려 다시 참여할 수 있다. 사람이 바뀌어도 서비스는 멈추지 않는 것이다.
서비스표준화는 지역 산업을 키우는 방식이기도 하다. 표준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정리한 설계도다. 지역 특산물로 만든 치유음식, 지역 환경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 마을 단위 생활 서비스를 표준화하면, 이는 곧 지역 브랜드이자 경쟁력이 된다.
치유산업은 단지 관광의 한 분야가 아니다. 이는 지역 산림 자원, 농업, 음식 문화, 숙박업, 의료 복지 서비스가 결합하는 융합 산업이다. 특히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고부가가치 전략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산림과 농촌이 더 이상 쇠퇴의 공간이 아니라 회복의 공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지역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