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한정찬의 이 한 편의 시 2
삼한사온(三寒四溫)에 부쳐
강심장이 스스로 풀어놓는 날
부드러운 유혹에 천천히 젖어
냉탕 온탕의 시간을 건너고 있다.
콜레스테롤처럼 쌓인 계절의 피로 위로
하늘은 먹먹한 기류를 끌어안고 떤다.
따스한 날씨가 다가오면 찬 기운은
인색하던 얼굴을 접어
따뜻한 숨결로 바꾸어
얼어붙은 천지에 조심스레 내어놓는다.
너무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땅이 깊이 얼어붙고
나무의 튼살 같은 시간 사이로
겨우 돋아나는 눈물의 통증을 보며
나는 끝내 말을 늦춘다.
<해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인간의 몸과 감정의 회복 과정에 겹쳐 보여준다. ‘강심장’은 강인함의 상징이지만, 그것이 ‘스스로를 풀어놓는 날’을 맞는다는 점에서 화자는 견딤 이후의 이완을 말한다. 냉탕과 온탕, 찬 기운과 따뜻한 숨결은 반복되는 시련과 위로의 시간이며, ‘콜레스테롤처럼 쌓인 계절의 피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삶의 누적된 부담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화자는 얼어붙은 땅과 나무의 상처를 바라보며 성급한 판단이나 비난을 유보하고,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함을 받아들이며 말을 늦춘다.
<감상>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너무 나무라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문장이다. 자연을 향한 말 같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과 타인을 함께 품는 태도로 느껴진다. 회복은 갑작스럽게 오지 않고, 얼어붙었던 시간 사이에서 통증을 동반한 채 천천히 시작된다는 사실을 이 시는 조용히 보여준다. 강해야 한다는 압박 대신, 늦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끝내 말을 늦추는 화자의 선택은 침묵이 아닌 배려로 읽히며, 독자 역시 자신의 속도를 허락받는 기분이 든다.
한정찬
□ 시인(詩人), 동시인(童詩人), 시조시인(時調詩人)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한정찬시전집 2권, 한정찬시선집 1권, 소방안전칼럼집 1권’ 외
□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소방문학대상, 소방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