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인간은 벌레가 된다.
그 순간은 갑작스럽지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돼 있었다.
『인간은 언제 벌레가 되는가』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출발점으로, 오늘날 인간이 어떻게 사회적 존재에서 배제되고 비인간화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사유의 기록이다. 이 책은 문학 해설서가 아니다. 카프카를 빌려 지금 여기의 인간을 묻는 철학적 질문서다.
저자는 묻는다.
인간은 언제 벌레가 되는가.
쓸모를 잃었을 때인가. 말을 잃었을 때인가. 타인의 시선에서 삭제되는 순간인가.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변신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한 것은 육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사회적으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던 존재가 어느 날 외형으로 그 상태를 드러냈을 뿐이다. 인간은 기능으로 환원되는 순간, 효율과 생산성의 기준에서 밀려나는 순간, 서서히 벌레가 된다.
『인간은 언제 벌레가 되는가』는 알고리즘, 점수, 성과, 정상성이라는 이름의 현대 사회 구조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 구조 속에서 인간은 더 이상 해석의 주체가 아니라 평가의 대상이 된다. 말하지만 들리지 않고, 존재하지만 호명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것을 ‘말이 사라진 사회’라 부른다.
이 책의 힘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 데 있다. 대신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독자는 위로받는 독자가 아니라, 응답해야 하는 주체로 호출된다. “나는 인간인가?”라는 질문은 곧 “누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바뀐다. 이 전환이 이 책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가족과 사회, 기술, 인공지능, 정상성의 언어는 모두 이 질문 앞에서 해체된다. 인간은 스스로 규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언어 속에서 구성되는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인간성에 대한 낭만적 선언이 아니라, 인간을 벌레로 만드는 구조에 대한 차가운 해부다.
『인간은 언제 벌레가 되는가』는 불편한 책이다. 그러나 지금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인간이 기능으로 환원되는 시대, 이 책은 묻는다.
기술이 발전한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인가. 아니면 이미 오래전부터 벌레였던 것은 아닌가.
목 차
PART1 인간은 사회적 허깨비인가?-정체성과 타자의 시선에 대하여 13
Chapter 1 그레고르 잠자, 그는 언제부터 벌레였는가? _ 15
Chapter 2 나는 누구인가, 타인이 보는 나인가? _ 21
Chapter 3 인간 이후의 인간 _ 31
Chapter 4 가족은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_ 45
Chapter 5 현실은 누가 규정하는가 _51
PART2 나는 누구인가, 타인의 시선과 자기 정체성의 붕괴 63
Chapter 1 기술은 나를 벌레로 만드는가, 초인으로 만드는가? _ 65
Chapter 2 인간의 언어는 끝났는가? _ 69
Chapter 3 인간은 삭제될 준비가 되었는가 _ 73
Chapter 4 문이 닫힌 방, 닫힌 인간 _ 79
PART3 말말이 끊긴 시대, 말이 사라진 인간 85
Chapter 1 쓸모없는 존재는 존재할 수 있는가 _ 87
Chapter 2 말하지만 들리지 않는 인간 _ 97
Chapter 3 벌레는 죽지 않는다, 형태만 변한다 _ 105
Chapter 4 변신 이후,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_ 119
PART4 말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 129
Chapter 1 누가 말할 자격을 박탈하는가 _ 131
Chapter 2 멈출 수 없는 트레드밀, 그리고 우리 _ 139
Chapter 3 기능 없는 인간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 _ 145
Chapter 4 회복이라는 망각 _ 151
PART5 기술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새로운 관계의 탄생 161
Chapter 1 AI는 나를 이해할 수 있는가 _ 163
Chapter 2 초인이 된 벌레, 인간은 어디까지인가 _ 173
Chapter 3 가족은 왜 그를 버렸는가 _ 181
Chapter 4 경계에서 탄생하는 인간 _ 196
Chapter 5 인간은 왜 질문을 멈출 수 없는가? _ 203
Chapter 6 질문으로 남는 인간이 자동성에서 주체로 서는 법 _ 215
에필로그 _ 219
저자 소개 가은
이 책의 저자 가은 작가는 문화예술경영학 박사로 우리 시대의 사회 구조와 인간의 조건을 집요하게 사유해 온 사상가다. 예술과 기술, 자본과 윤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소외되고 재편되는지를 탐구해 왔다.그의 저서로는 『예술과 상상력』, 『칭찬하는 미스김』, 『한국의 이노베이션 칭찬에 있다』, 『칭찬터치』, 『2020 벼랑 끝에 선 노인들』, 『나는 왜 돈을 버는가?』, 『패권의 비밀』, 『욕망의 기원』, 『기후, 시나리오』 등이 있다. 특히 『조선의 참혹사를 건너온 유일한 박사』에서는 역사적 인물 유일한의 삶을 통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관통한 기업가 정신과 독립에 대한 열망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가은 작가의 글은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서 힘을 얻는다. 그는 인간을 설명하기보다 인간이 놓인 구조를 드러내며 독자를 사유의 당사자로 호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