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지역을 다시 짓다…문화도시 정책, 소멸의 언어를 바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 온 문화도시 정책이 지역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는 실질적 해법으로 작동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한 해 동안 전국 30개 문화도시의 성과를 점검한 결과 문화 향유 인원 642만 명 유휴 공간 4,060곳의 문화거점 전환이라는 성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화가 행사가 아닌 생활의 인프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성과를 점검한 대상은 제2~4차 문화도시 17곳과 대한민국 문화도시 13곳이다. 제2~4차 문화도시는 문화공간 1,494곳을 조성하며 334만 명의 시민이 문화를 경험했고 대한민국 문화도시는 2,566곳의 문화공간을 새롭게 만들며 308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수치보다 주목되는 변화는 문화의 주체가 행정이나 전문가에서 주민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이 가운데 영월군과 충주시를 올해의 문화도시로 선정했다. 영월군은 폐광지역이라는 산업 쇠퇴의 흔적을 문화 서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광산에서 광물을 캐듯 주민의 기억과 이야기를 발굴하는 문화광산도시 전략을 통해 시민기록단을 운영하고 지역의 시간을 기록한 출판물로 연결했다. 주민이 직접 지역 문제를 실험하고 해법을 찾는 지역생활실험실은 참여 인원을 전년 대비 다섯 배 이상 늘리며 문화가 주민 역량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읍면 전반으로 확산된 문화공간은 지역 내부의 문화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충주시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원년을 국악으로 열었다. 국악 콘텐츠 허브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공연의 질을 높이고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탄금호를 무대로 한 수상 공연과 국악 축제는 대중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확보했고 국악 공연 횟수 증가로 이어졌다. 충청권 지자체와의 연대는 국악을 특정 도시의 자산이 아닌 권역 문화로 확장시키는 기반이 됐다.


전국 문화도시 전반에서도 일상의 변화가 감지된다. 집 앞 유휴 공간이 문화공간으로 전환되고 시민은 관람객을 넘어 기획자와 창작자로 참여했다. 역사 공간 철도 시설 산업 유산은 문화의 옷을 입고 다시 사용되기 시작했고 음악 미디어아트 합창과 오케스트라 같은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이 정착했다.

문화는 산업으로도 연결됐다. 지역 축제와 로컬 엑스포는 관광을 넘어 투자와 유통으로 이어졌고 전통문화에 기술을 결합한 실감형 콘텐츠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일부 도시는 민간 투자와 후원을 유치하며 문화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문화도시는 또한 지역의 난제를 우회하지 않았다. 고령화 원도심 공동화 생활권 갈등 같은 문제를 문화적 접근과 주민 참여로 풀어내며 행정 중심 정책이 놓쳤던 틈을 메웠다. 금주 구역 지정 이후 문화 프로그램을 결합해 공간의 성격을 바꾼 사례나 인접 지자체 간 협력으로 광역 문화권을 형성한 시도는 문화가 사회 조정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도시 정책은 이제 지역을 꾸미는 사업을 넘어 지역이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화가 소비가 아닌 삶의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그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작성 2026.02.11 10:14 수정 2026.02.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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