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칼럼] 공무원 경력을 다시 설계한다면 - 퇴직 이후를 포함한 ‘전 생애 공직 경로’라는 질문

전 생애 관점에서 다시 짜는 공직 경력 지도

승진 중심 경력 설계의 한계

퇴직 이후를 지우는 조직, 준비하지 못한 개인

 

 

 

 

“정년 이후의 나는 어디에 있는가”

 

공무원에게 가장 익숙한 질문은 “지금 몇 급이냐”라는 말이다. 그러나 거의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퇴직 이후의 당신은 무엇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공직 사회에서 경력은 오랫동안 승진의 궤적으로만 설명돼 왔다. 몇 급에서 시작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어느 부처를 거쳤는지가 한 사람의 공직 이력을 대변했다. 문제는 이 경력 서사가 정년과 함께 갑자기 멈춘다는 데 있다. 퇴직은 경력의 끝이 아니라 삶의 다음 국면인데, 공직의 경력 설계는 그 지점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정년을 3년, 5년 앞둔 공무원들이 갑자기 자격증을 찾고, 강의를 기웃거리며, 막연히 ‘제2의 인생’을 말하기 시작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준비 부족이라기보다 구조의 문제다. 공직 경력은 재직 중에만 유효한 것으로 설계돼 왔고, 퇴직 이후는 개인의 몫으로 방치돼 왔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공무원 경력은 정말로 퇴직과 함께 끝나는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전 생애를 관통하는 경로로 다시 설계돼야 하는 것인가.

 

 

왜 ‘전 생애 공직 경로’인가

 

대한민국 공직 사회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점으로 성장해 왔다. 시험을 통해 입직하고, 연공과 평가에 따라 승진하며,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모델은 산업화와 행정 확장기에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사회 환경은 달라졌다. 기대수명은 늘었고, 정년 이후의 삶은 20~30년에 이른다. 동시에 행정 수요는 복잡해지고, 공직에서 축적되는 전문성은 사회 전반에서 활용될 여지가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 경력 관리의 기본 단위는 여전히 ‘재직 기간’이다. 교육훈련은 현 직무 중심이고, 순환보직은 조직 운영 효율에 맞춰 설계된다. 개인이 축적한 정책 기획 능력, 규제 이해, 이해관계 조정 경험은 공직 내부에서는 평가되지만, 퇴직 이후 사회적 자산으로 연결되는 경로는 희미하다. 이로 인해 퇴직 공무원은 ‘경험은 많지만 시장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기 쉽다.

이 지점에서 ‘전 생애 공직 경로’라는 개념이 필요해진다. 이는 공직 재직 기간과 퇴직 이후를 하나의 연속된 경력으로 보고, 처음 입직할 때부터 마지막 생애 단계까지를 염두에 두고 경력을 설계하자는 접근이다. 공직을 평생직장으로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 경험을 어떻게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확장할 것인가의 문제다.

 

 

개인, 조직, 사회의 시선

 

개인에게 전 생애 공직 경로는 선택의 문제다. 모든 공무원이 퇴직 이후 새로운 직업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선택할 수 있는 준비는 필요하다. 정책 설계, 법제 해석, 예산 구조 이해, 공공 데이터 활용 같은 역량은 재직 중에는 당연한 일상 업무지만, 퇴직 이후에는 명확한 ‘전문성’이 된다. 이를 의식적으로 정리하고 언어화하지 않으면 경력은 공백으로 남는다.

조직의 관점에서는 다른 고민이 있다. 공직 사회는 퇴직을 인력 손실로만 인식해 왔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퇴직자는 공직의 확장된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 퇴직 공무원이 공공기관, 민간,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며 행정 경험을 전파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행정 신뢰와 정책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이를 위해 조직 차원의 경력 전환 지원과 역할 설계가 필요하다.

사회적 관점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하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험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구조는 비효율적이다. 공직에서 축적된 정책 이해와 조정 능력은 갈등이 늘어나는 사회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전 생애 공직 경로는 개인 복지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자원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승진 중심 경력에서 경로 중심 경력으로

 

현재의 공직 경력 설계는 승진이라는 단일 목표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이는 경쟁을 촉진했지만, 동시에 다층적인 경력 개발을 가로막았다. 특정 시기에 승진에서 밀리면 경력 전체가 정체된 것처럼 느끼게 되고, 전문성 축적보다는 보직 이동 자체가 목적이 되기 쉽다. 전 생애 관점에서는 이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

경로 중심 경력 설계는 몇 가지 전환을 요구한다. 첫째, 입직 초기부터 자신의 강점과 관심 분야를 탐색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중간 경력 단계에서는 승진 여부와 무관하게 전문성을 심화할 수 있는 트랙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정년 이전 단계에서는 퇴직 이후 사회와 연결되는 준비가 제도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이는 교육, 파견, 협업 형태로 가능하다.

이런 설계는 공직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공무원이 자신의 경력을 장기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재직 중 몰입도를 높인다.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 ‘이탈’이 아니라 ‘확장’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공직 경력은 더 건강해질 수 있다.

 

 

 

공직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질문

 

공무원 경력을 다시 설계한다는 것은 제도를 모두 바꾸자는 급진적 주장이 아니다. 다만 공직을 하나의 직장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경로로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정년은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며, 그 전환을 개인에게만 맡겨두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 공직 사회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공무원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그리고 공무원이 사회에 무엇을 남길 수 있도록 돕고 있는가. 전 생애 공직 경로라는 관점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공직의 경험이 퇴직과 함께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와 사회로 이어질 수 있을 때, 공직은 비로소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로가 된다.

더 많은 공직 경력 설계와 전환 사례를 알고 싶다면 공공인재개발 관련 자료와 정책 토론장을 꾸준히 살펴보길 권한다. 지금의 경력을 정리하고, 퇴직 이후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그 작은 시작이 공직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첫걸음이다.

 

 

작성 2026.02.11 05:55 수정 2026.02.11 05:55

RSS피드 기사제공처 : 올리브뉴스(Allrevenews) / 등록기자: 신종기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