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보다 앞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행사가 있다. 바로 ‘출판기념회’다.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풍경은 이제 하나의 정치 공식처럼 굳어졌다. 출판기념회는 본래 저자의 사상과 철학, 정책 비전을 시민과 공유하는 자리다.
정치인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신념, 지역 발전 구상을 정리하고 유권자에게 설명하는 것은 의미 있는 소통 방식일 수 있다. 공약집보다 깊이 있는 고민이 담긴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기능도 있다.
그러나 현실의 출판기념회는 이상과 거리가 멀다. 상당수 행사는 ‘정책 토론회’보다는 ‘세 과시 행사’에 가깝다. 대형 행사장, 유명 인사의 축사, 수백 명의 참석자 사진이 언론과 SNS를 채운다.
책의 내용보다 누가 왔는지, 얼마나 성황이었는지가 더 중요한 뉴스가 된다.
더 큰 문제는 돈이다. 책 구매라는 형식을 빌린 정치자금 모금 논란은 오래된 숙제다. 한 권에 수만 원씩 하는 책이 대량으로 팔리고, 실질적으로 읽히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정치자금이 오가는 구조는 정치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출판기념회가 자기 홍보와 이미지 세탁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현실도 우려스럽다. 실패한 정책, 논란이 된 과거는 미화되고, 성과는 과장된다.
책은 성찰의 기록이 아니라 ‘포장된 이력서’로 변질된다. 유권자를 향한 진솔한 고백보다 자기과시가 앞서는 것이다. 물론 모든 출판기념회를 부정할 수는 없다. 일부 정치인은 지역 현안 분석과 대안 제시를 진지하게 담아내며 정책 중심의 선거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제 질문해야 한다. 출판기념회는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시민을 위한 정책 소통의 장인가, 후보를 위한 자기과시 무대인가.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유권자는 더 이상 ‘성황 사진’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책의 두께가 아니라 내용의 깊이를 봐야 한다. 박수 소리가 아니라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정치는 쇼가 아니라 책임이다. 출판기념회가 진정한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투명성 강화, 회계 공개, 정책 검증 절차가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행사는 계속해서 ‘포장된 행사’로 남을 뿐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보여줄 정치의 모습이 자기과시의 무대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공론장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승환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정년퇴임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Job & Future News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