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는 한 번의 선택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진로 선택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선택 이후를 다시 정리해 본 경험,
즉 회복의 기억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 - 실패가 두려운 이유는 선택 이후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로 선택 앞에서 주저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대개 “실패가 무서워서 그렇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실패 그 자체보다,
선택 이후의 장면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잘못 선택했을 때 다른 길을 선택해도 괜찮은지,
그 상황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없을수록
‘선택’은 곧 위험한 결정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진로 선택 불안은 실패 경험의 유무보다
회복 경험의 유무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 - 회복해 본 기억이 다시 선택할 힘을 길러준다.
사람은 실패 이후에도 다시 정리되고,
결국 괜찮아질 수 있다는 기억이 있을 때
다음 선택 앞에서도 두려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작게라도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 본 경험,
잘되지 않았지만 회복을 통해 결국 실패를 이겨냈던 기억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안전망이 된다.
그래서 진로 선택 앞에서 필요한 것은
실패를 완전히 피하는 전략이 아니라,
실패 이후에도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주는
회복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다.
- - 선택을 미루는 시간 또한, 회복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시간이다.
지금 당장 선택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진로의 방향이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정리할 수 있는 시간, 넘어져도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회복의 기억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면 그 시간 또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진로는 빠르게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다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진로 선택 앞에서 멈춰 서 있는 아이들을 볼 때
결단력 부족이나 회피로 오해하기보다,
회복의 경험이 충분히 쌓이고 있는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경험이 조급함 없이 쌓일 수 있도록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고,
스스로 다시 정리하며 방향을 조정해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일.
그 시간들은 결국 아이들이 다시 두려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줄 것이다.
진로 선택은 서두를수록 좁아지고, 이해할수록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 필자 소개 ]

주유정 칼럼니스트
제이온모먼트 대표
‘긍정의 스위치를 켜고, 감동의 순간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참여와 소통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교육을 추구합니다.
심리·소통을 중심으로 강연과
칼럼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