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 중개는 오래전부터 “어렵다”는 말이 따라붙는 영역이었다. 주거 중개와 달리 가격 변동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상권, 같은 건물이라도 업종과 타이밍에 따라 수익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 동네는 잘 된다더라”, “예전부터 장사가 됐다”는 식의 설명이 반복된다. 상가 중개가 감과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이유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연성 대표의 『상가중개의 정석』은 상가 중개를 바라보는 관점을 분명히 다르게 제시한다. 이 책은 상가를 ‘임대가 가능한 공간’이 아니라, 사업성과 수익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유지되는 자산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중개사의 역할 역시 단순한 매물 연결자가 아니라, 구조를 설명하고 위험을 걸러내는 해석자로 설정한다.
정연성 대표는 우리은행 지점장 출신으로 금융 실무 현장에서 오랜 기간 자금 흐름과 사업성 판단을 다뤄왔다. 이력 자체가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책 전반에 흐르는 시선은 명확하다. 상권을 볼 때도, 임대 조건을 설명할 때도 ‘될 것 같다’는 기대보다 숫자와 구조가 먼저라는 점이다.
업종별 손익 구조, 임차인의 지속 가능성, 임대인의 장기 수익 안정성 등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계약은 성사될 수 있어도 유지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책의 중심에 놓여 있다.
『상가중개의 정석』이 기존 상가 관련 서적과 다른 지점은, 이론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권 분석, 업종 매칭, 조건 협상, 클로징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하나의 과정으로 다룬다. 예를 들어 유동 인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상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보다, 그 유동이 실제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인지, 특정 업종에만 유리하게 작동하는 동선은 아닌지를 짚는다.
이는 현장에서 중개사가 반드시 설명해야 하지만, 막상 언어로 정리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상가 중개에서 중개사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해 놓은 지점이다. 임차인에게는 지나친 기대를 심어주지 않으면서도, 임대인에게는 현실적인 조건 조정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은 상가 중개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영역이다.
정연성 대표는 이 지점을 감정이나 요령이 아닌, 논리와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는 기준으로 풀어낸다. 은행 실무에서 축적된 사업성 판단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이유다.
최근 상가 시장은 과거와 분명히 다른 국면에 들어서 있다. 온라인 소비 확대, 업종 변화 속도, 자영업 환경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단순 입지 프리미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상가 중개 역시 ‘많이 아는 중개사’보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중개사’를 요구받고 있다. 『상가중개의 정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상가 투자나 창업을 직접 권유하지 않는다. 대신 중개사가 어떤 기준으로 상권을 해석해야 하는지, 업종을 어떻게 연결해야 계약 이후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제시한다. 상가 중개를 단기 성과가 아닌, 신뢰가 축적되는 영역으로 바라보고 싶은 중개사에게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상가 중개는 여전히 쉽지 않은 분야다. 그러나 어려운 이유가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기준의 부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연성 대표의 『상가중개의 정석』은 그 기준을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책에 가깝다. 감으로 설명하던 중개에서, 구조로 설득하는 중개로 넘어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근거로 이 상가를 설명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