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전월세 시장이 공급 급감과 규제 지속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 본격적인 불안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 정책 환경은 유지되면서 전세·월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도 한층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026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8만1534가구로 올해보다 약 27% 감소한다. 특히 서울은 1만6412가구에 그쳐 감소 폭이 48%에 달한다. 서울 입주 물량이 정비사업 위주로 구성돼 실거주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 시장에 실제로 공급될 수 있는 물량은 통계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6년을 ‘입주 가뭄의 시작점’으로 규정하며 전월세 시장 전반에 구조적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 기관은 내년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을 최대 4.7%, 수도권 평균은 3.8%로 전망했다. 공급 축소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 감소와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대출 규제, 갭투자 억제 정책,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도 전세 물량 축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대용 주택 매입 수요가 위축되면서 신규 전세 공급이 줄고, 신규 입주 물량마저 실거주나 월세 위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실제 시장 지표는 이미 긴장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4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전세수급지수도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구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증가로 기존 계약 연장이 일반화되면서 신규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점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매매가격 부담과 전세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에 실패한 수요가 전세·월세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전월세 전반의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전국 월세지수와 수도권 월세가격 역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월세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반면 정부 차원의 전월세 공급 확대나 임대 지원 정책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아 정책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수도권 전월세 시장은 신규 계약보다 갱신 위주로 재편되고 있고, 전세 만기 시 보증부 월세나 순수 월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입주 가뭄과 고금리 기조, 전세대출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무주택자의 체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수도권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다주택자 규제, 임대사업자 물량 재편이 겹치며 가격 변동성이 올해보다 커질 수 있다”며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세제·금융 보완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전세난과 월세난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지윤 기자 010-8848-7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