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으로 서는 무대가 주는 무게
요즘 꾸준히 챙겨보는 방송이 있다. ‘싱어게인4’다. 지난주, TOP10이 결정되며 무대 위 가수들은 더 이상 번호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번호로 불릴 때보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무대는 더 무거워졌고 노래는 더 선명해졌다.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과 태도까지 함께 불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가수’라는 설명이 사라진 순간
TOP10에 오른 가수들 모두 인상 깊었지만, 유독 마음에 오래 남은 인물이 있었다. ‘도라도’라는 이름의 가수였다. 필리핀 출신의 외국인 가수라는 설명이 따라붙지만, 무대를 보는 동안 그 설명은 점점 의미를 잃어갔다.
가사를 대하는 태도, 감정을 쌓아 올리는 방식, 숨을 고르는 타이밍까지. 한국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언어와 정서를 ‘살아낸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순간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은 단순했다.
“도대체 얼마나 노력했을까.”
언어를 넘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외국어로 노래한다는 것은 단어를 외우는 차원의 일이 아니다. 발음 하나, 억양 하나, 감정의 결까지 이해하고 몸에 새겨야 가능한 일이다.
특히 한국어처럼 감정의 뉘앙스가 미묘한 언어를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시간들을 혼자 견뎌냈다는 증거에 가깝다.
그 노력의 결과로 그녀는 승리를 거두었고, 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무대에 남았다. 그 순간만큼은 국적도 출신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열정과 태도만이 남아 있었다.
결국, 나에게 돌아온 질문
그 무대를 보며 자연스럽게 시선은 나 자신에게로 향했다.
“나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이만큼의 열정을 쏟고 있는가.”
직장인으로서의 역할,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의 자리, 그리고 기록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분명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솔직히 돌아보면, 익숙함에 기대고 상황을 핑계 삼아 속도를 늦춘 순간들도 적지 않았다.
도라도의 무대는 그런 나에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환경이 아니라, 태도가 삶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열정은 국적을 묻지 않는다
그녀만큼의 열정을 요구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만큼은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은 충분히 가능하다. 비교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태도.
속도가 느려도, 화려하지 않아도, 진심이 담긴 시간은 결국 나만의 무대를 만들어 준다. 분명 외국인이었지만, 그녀의 열정은 그 어떤 한국인보다도 뜨거워 보였다. 그리고 그 열정은 무대 위에만 머물지 않고, 시청자의 삶까지 조용히 흔들어 놓았다.
오늘도 나는 그 울림을 마음에 담고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크지 않아도 좋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주어진 하루만큼은 진심을 다해 살아가 보려 한다. 그것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열정이기 때문이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지금 ‘환경’ 때문이라는 말 뒤에 숨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만큼은, 진심을 다하고 있는가?
언젠가 나 역시 이름으로 불릴 만한 시간을 쌓고 있는가?
사람을 증명하는 것은 국적도, 환경도 아니다. 끝까지 붙드는 태도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다.
오늘도 나는 화려한 무대가 아닌, 내 삶의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크지 않아도 좋고, 눈에 띄지 않아도 좋다. 다만 주어진 하루만큼은 진심을 다해 살아가려 한다.
언젠가 나 역시 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서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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