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의 주최한 한림원은 수상자 한강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연약함을 시적으로 표현한 독특한 문체”라고 높이 평가했다. 1948년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상실과 기억을 주제로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그 당시의 참혹한 사건을 한 소년의 시각으로 그려낸 『소년이 온다』,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자유에 대해 질문하는 『채식주의자』 등 소설가 한강의 대표작을 노벨문학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동아시아 한·중·일 3개국에서 우리나라만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해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부정적인 비판이 많았는데, 이제 한국문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긍지와 자부심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국가적인 경사는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축하해야 할 텐데, 불행하게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작품을 문학작품으로 인식하지 못한 무지한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국격을 떨어뜨리는 추태를 연출했다.
이러한 추태는 소설가 한강의 문학작품 소재가 우리나라의 현대사의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인데. 정치적인 편협된 시각으로 국가적인 경사에 대해 시기하고 모함하는 조선 시대 선조들의 당파싸움이라는 못된 전통을 이어받는 것같이 씁쓸했다. 이는 마 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속담처럼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주지는 않고 오히려 질투하고 시기하는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소설가 한강의 수상 작품은 같은 민족끼리 6·25전쟁을 치르고 남북으로 분단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과의 비극적 역사적 상황에서 국가 권력이 무자비하게 양민을 학살한 1948년 제주 4·3 사건이랄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쟁취할 목적으로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작품의 소재로 다루었다.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못한 역사적 상황이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문학작품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치적인 색깔론의 시각으로 역사 왜곡이나 소재가 잔인하다는 둥 헐뜯는 가해자 코스프레 적 수상자 비난은 아직까지도 민주시민 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무리가 많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세계 명작 중에는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과 잔인한 폭력적인 장면이 묘사되어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이런 명작들을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세계 명작동화인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에서 헨젤과 그레텔을 잡아먹겠다고 사육하는 마귀할멈의 잔인성,『백설 공주』에서 왕비가 사냥꾼에게 백설 공주를 죽이고, 허파와 간을 가져오라는 잔인성, 독일의 민간 전승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쥐를 잡아주는 대가 지급 약속을 어기자 피리 부는 사나이가 하멜른의 아이들을 전원 유괴하였다는 이야기, 우리나라 전래소설의 『사씨남정기』 교 씨의 자기 자식을 독약을 먹여 죽이고 사씨에게 뒤집어씌우는 잔인성, 『장화홍련전』에서 계모인 허 씨가 전처의 딸 장화를 연못에 빠뜨려 살해한 잔악성 등 동서양의 막론하고 전래소설이나 동화 등에서 잔혹한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지만, 권선징악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받아들이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소설은 허구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문학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실제 이야기처럼 재구성한다. 그런데 문학작품을 문학작품으로 감상하지 않고 역사 왜곡이라는 둥 잔인한 폭력적 소재라는 둥 비판하는 것은 문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황당한 억지다.
최근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나자, 여가 취미활동으로 문학적인 재능이 없으면서 사설 문예지 등에서 신인상이나 문인 추천제 제도 형식을 빌려와 가짜 문인들을 대거 양산해 왔다. 이들 문예지는 고객을 유치나 문단의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조잡한 수준 이하의 작품을 응모한 사람을 문인으로 인정하고 중앙이나 지방의 단체에 가입을 권유하여 취미활동의 영역을 뛰어넘어 문인의 영역으로 대거 진출했다.
이들은 좋은 문학작품을 창작하기보다는 문학단체에 가입하여 명리적 가치를 실현에 목적을 두고 문인단체의 임원을 맡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받아 작품집을 발간하거나 문인복지기금의 수혜, 문학상 상금 타기, 시비 세우기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문인답지 않은 추태를 벌이고 있다.
따라서 문인이 아니라 정치인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이른바 관변단체의 구성원으로 전락하거나 노후의 여가를 시 낭송, 시화전, 각종 지방 축제의 행사 도우미 등 문학 놀이로 소일하고 있는 문학 향유자들이다. 작품을 잘 써보겠다는 창작 방법을 익히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콤플렉스를 문인 신분으로 위장하는 문학 놀이꾼으로 전락하여 속물적인 문인 모방 행동을 하는 상황이다.
오늘날 한국 문단의 상황은 건전한 국민의 문학작품 향유문화 조성이라는 명분으로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문인의 본래 기능을 외면하고 문학 놀이꾼으로 전락한 짝퉁 문인들이 활약하는 병리적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문학의 본질은 왜곡되어 누구나 엉터리 작품을 쓰고도 문인 노릇을 할 수 있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진심으로 축하하는 사람들보다는 짝퉁 문인들의 심리적 방어기제를 촉발하기에 충분하다. 자신의 무능함을 위장하기 위해 맹목적인 시기와 질투심, 황당한 논리로 맹목적으로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거짓을 은폐하려는 합리화, 투사, 회피, 퇴행 등의 심리적 방어기제로 일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인은 국가가 위급할 때 항상 정신적인 모델링을 실천해 왔다. 일제 강점기 많은 문인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 의지를 문학작품과 강점기 상황의 울분을 작품으로 표현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민족의식을 고양하는 촉매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문인들은 독자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선각자로서 문학작품을 통해 민족적인 애환을 토로하거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역사와 사회 발전을 선봉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했기 때문에 많은 독자가 감동적인 작품을 쓴 작가와 시인을 존경했다. 문인은 진실했다. 존경 받아온 문인들은 오직 글을 쓰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한국의 국격을 높인 쾌거이며, 한류 문화가 세계를 석권하듯이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위상이 높아진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한국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세계 여러 나라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제 문학 놀이꾼으로 전락한 문학 향유문화를 청산하고, 진정한 창작 문인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이다. 소설가 한강의 진지한 문학에 대한 열정과 실천력을 본보기 삼아 모두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좋은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전환점이 되시길 바란다. 소설가 한강은 문학단체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오직 글을 쓰는 일에만 몰두했다. 작품창작에 전념하는 사람으로서 단체활동으로 노닥거리며 시간을 낭비할 수가 없으므로 작품창작과 밥벌이를 위해 책방을 운영했다고 한다.
누구나 처음부터 좋은 작품을 쓰는 문인은 없다. 넘치는 열정으로 문학작품 창작에 집중하다가 보면 명작은 태어난다. 소설가 한강의 신화를 이제 우리나라 문인들 각자의 신화를 창조하는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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