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확신의 예술, 인간존엄의 철학
— 진정한 ‘나’를 창조하는 예술적 통찰
예술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가장 오래된 언어다.
고대 동굴 벽화에서부터 현대의 인공지능 예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나는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남겨왔다.
이 행위의 근원에는 단순한 표현 욕구를 넘어선 깊은 철학적 동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확신’이다.
예술가는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낸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무대를 오르는 모든 행위는 ‘나의 존재는 의미 있다’는 내면의 확신에서 비롯된다.
이 자기확신이 철학적 깊이를 더할 때, 예술은 인간존엄을 드러내는 형식으로 발전한다.
현대사회는 빠른 기술의 발전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인간의 존엄이 흔들리고 있다.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에, 예술은 다시 한 번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철학적 행위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은 자기확신과 인간존엄이 어떻게 예술과 철학의 교차점에서 만나며,
그 만남이 인간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탐구한다.
예술의 첫 붓질은 확신에서 비롯된다.
모든 예술가는 창작을 시작할 때 의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한다. 그러나 그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표현해야 할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믿는 순간, 예술은 시작된다.
자기확신은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근원적 확신이며, 창조의 근거가 된다.
니체는 인간이 예술을 통해 자신을 극복한다고 보았다.
그가 말한 ‘위버멘쉬(Übermensch)’는 신을 대신해 인간 스스로를 창조하는 존재였다.
예술가에게 이 자기확신은 곧 존재의 철학적 선언이다.
고흐는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끝까지 믿었다.
그의 해바라기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나는 살아 있다”는 고백이었다.
자기확신은 이렇게 예술을 단순한 재능의 발현이 아닌, 인간 존재의 철학적 증명으로 승화시킨다.
예술이 인간존엄을 드러내는 이유는, 예술이 인간의 ‘쓸모없는 것의 가치’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효율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한다.
하지만 예술은 효율로 환산되지 않는다.
한 장의 그림, 한 편의 시, 한 곡의 음악은 실용적 가치보다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증명한다.
칸트는 인간을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존재”라 했다.
예술은 바로 이 철학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실현한다.
작가가 자신을 표현할 때, 그는 사회적 조건이나 규범에 종속되지 않는다.
그는 오직 ‘존재 그 자체의 존엄’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장애 예술가들의 작업은 인간존엄의 본질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드러낸다.
청각장애 작곡가의 선율, 시각장애 시인의 언어는 존재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완전한 자기표현이 가능함을 증명한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 인간존엄을 철학적으로 완성시키는 이유다.
예술가는 끊임없이 자신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
그 내면에는 불안, 고독, 자기부정이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바로 그 내면적 투쟁 속에서 존재의식이 피어난다.
예술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그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을 “진리의 드러남”이라 했다.
즉,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 안에서 ‘있음’을 증명하는 행위이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나’와 ‘세계’의 관계를 재정의하고, 그 안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발견한다.
이중섭의 소 그림은 단순한 민화풍이 아니라, 시대의 고통 속에서도 삶의 존엄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의 예술은 고통을 넘어 존재를 긍정하는 철학이었다.
이렇듯 예술가의 내면적 투쟁은 자기확신을 시험하고, 인간존엄을 새롭게 정의하는 철학적 과정이 된다.
“나는 창조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이 명제는 예술철학이 인간에게 제시하는 가장 근원적인 선언이다.
예술은 인간이 외부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가치를 발견하도록 인도한다.
자기확신이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감각과 경험을 신뢰하는 과정이다.
이 확신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를 다시 정의한다.
무용가 이윤경은 “춤은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언어였다”고 말했다.
그의 무대 위 움직임은 단순한 신체의 표현이 아니라 존재의 증거였다.
예술은 바로 이처럼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하는 철학적 수행이다.
예술철학은 결국 ‘진정한 나’를 찾는 탐구의 여정이다.
그 여정의 출발점은 자기확신이고, 도착점은 인간존엄이다.
예술은 인간이 세상과 자신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내면의 진리를 발견하는 통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존엄을 발견한다.
예술은 인간이 스스로에게 묻는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예술은 조용히 답한다.
“너는 충분히 존엄하며, 이미 예술이다.”
예술과 철학은 모두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길이다.
예술이 철학을 감각으로 표현한다면, 철학은 예술의 본질을 언어로 해석한다.
그 둘의 교차점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을 발견한다.
오늘날의 예술은 단순한 미적 활동이 아니라, 존엄의 복원 운동이다.
자기확신을 잃어가는 시대일수록, 예술은 인간이 스스로를 믿고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다.
예술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자신을 얼마나 믿는가?”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진정한 ‘나’를 창조한다.
그 창조의 행위 속에서 철학은 살아 있고, 예술은 인간존엄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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