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2025년을 몇일 남겨둔 지금, 창밖의 찬 바람보다 더 시리게 다가오는 것은 '또 한 살을 먹는다'는 자각이다. 어릴 적 그토록 기다렸던 새해는 어느덧 반갑지 않은 손님처럼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우리 삶의 문턱을 넘어오고 있다.
1. 거울 속 낯선 이와의 만남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눈가에 깊게 자리 잡은 주름, 예전 같지 않은 탄력, 그리고 희끗하게 올라온 흰머리. 거울 속에는 내가 알던 청춘의 모습 대신, 세월의 풍파를 정면으로 맞은 낯선 이가 서 있다. "벌써 이렇게 되었나"라는 탄식은 단순히 외모의 변화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작별 인사와도 같다.
2. '상실'이라는 이름의 서러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둘씩 무언가를 내려놓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밤을 새워도 끄떡없던 체력,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던 무모한 용기, 그리고 곁을 지켜주던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까지. 세상은 점점 빨라지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 새로운 기술과 문화가 낯설게 느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나이 듦'이라는 벽을 실감하며 서러움을 느낀다.
3. 숫자가 아닌 '깊이'를 바라볼 때
하지만 이 서러움의 끝에서 우리는 중요한 진실 하나를 마주한다. 세월이 우리에게서 젊음을 앗아가는 대신, 그 자리에 '삶의 혜안'과 '포용력'이라는 씨앗을 심어두었다는 사실이다.
거친 파도가 조약돌을 둥글게 깎아내듯, 모질었던 삶의 경험들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고 유연하게 만들었다. 20대에는 보이지 않던 길가의 들꽃이 보이고, 누군가의 실수에 너털웃음을 지을 수 있는 여유는 오직 '나이'라는 대가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훈장이다.
4. 2026년, 더 근사하게 익어갈 우리를 위해
2025년을 보내며 느끼는 서러움은 우리가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증거이다. 이제 "한 살 더 먹는다"는 탄식 대신, "내 삶의 농도가 한 층 더 깊어졌다"는 자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세월은 유수와 같아 막을 길 없지만, 그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떤 향기를 품을지는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 퇴색되는 것이 아니라 완숙해지는 것. 2026년 병오년은 우리 모두가 더 근사하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전승환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정년퇴임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사)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