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사랑
— 존 버닝햄의 마지막 질문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겉으로 보기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남는 여운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선물 나누기와 환상, 크리스마스의 동심이 아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진정한 사랑의 지속성’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버닝햄은 이 책을 통해 묻는다. “당신은 정말로, 단 한 사람도 놓치지 않으려는가?”
산타는 모든 선물을 다 전하고 침대에 눕는다. 그러나 자루 속에 남은 마지막 선물 하나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크리스마스’는 다시 시작된다.
존 버닝햄이 그린 산타는 이상화된 존재가 아니다. 그는 피곤하고 늙고, 때로는 주저앉고 싶어하는 ‘인간’에 가깝다. 하지만 산타는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순록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을 때, 그는 자신의 두 발로 길을 나선다. 하늘을 나는 마법 대신, 비행기와 자동차, 오토바이, 스키, 그리고 밧줄을 이용해 험난한 여정을 이어간다.
그 길은 단순한 배달의 길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구체적인 행위로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여정이다. 버닝햄의 산타는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몸으로 증명한다.
산타가 찾아가는 하비 슬럼펜버거는 가난하고 외로운 아이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존재’, 즉 사회적 시선이 닿지 않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버닝햄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흔히 잊고 사는 존재들 — 목소리 없는 아이들, 가난한 이웃, 외딴 노인 — 에게 시선을 돌리게 한다.
하비가 받은 선물이 무엇이었는지는 결코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진정한 선물은 ‘그를 찾아간 발걸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책의 진짜 주제는 ‘받는 기쁨’이 아니라 ‘찾아가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버닝햄의 그림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그는 수채, 파스텔, 목탄, 먹물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투박하고 불균질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안엔 세밀한 감정의 결이 숨어 있다.
산타의 지친 어깨, 멀리 보이는 산의 윤곽선, 눈 덮인 길의 거칠음 속에는 인간적 따뜻함이 배어 있다. 감정의 과잉이 아니라 절제된 선과 색이 오히려 더 큰 위로를 만든다. 이는 버닝햄이 평생 추구해온 미학, 즉 “있는 그대로의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단순히 한밤의 동화가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일상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 다시 한 번 일어서는 사람들, 바로 그들의 이야기다.
버닝햄은 말없이 묻는다.
“당신의 세상에는 아직 전달하지 못한 선물이 있지 않은가?”
그 질문은 크리스마스가 끝나도 계속된다. 그리고 아마도, 그 대답이 우리의 다음 ‘사랑’을 시작하게 만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