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청약이 ‘서울 청약’이 아닌 적이 있었나 싶지만, 올해는 유독 노골적이었다. 전국 평균 경쟁률이 5년 내 최저로 내려앉는 동안 서울 신축만은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뜨거웠다. 규제는 분명 수요를 걸러냈는데, 남은 수요는 더 안전하고 더 확실한 곳으로만 몰렸다. “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 시장의 규칙이 된 한 해였다.
부동산R114 집계를 보면 올해 초부터 12월 19일까지 전국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7.02대 1이다. 2021년 19.27대 1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아니라 ‘체감 경기’만큼이나 얇아졌다. 청약통장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불확실성 앞에서 사람들은 결정을 미룬다. 분양가가 올랐고, 금리는 내려온다 해도 대출 문턱은 높아졌고, 실거주 의무와 자격 강화 같은 규칙은 더 촘촘해졌다. 선택을 미루는 동안 시장은 식는다. 다만 서울의 신축은 예외였다.
서울의 평균 경쟁률은 146.22대 1. 지난해 101.83대 1보다 훌쩍 뛰었고, 2021년 이후 가장 높다. 전국에서 100대 1을 넘긴 단지 10곳 중 7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이 ‘쏠림’을 설명한다. 성동구 오티에르포레, 송파구 잠실르엘, 강남구 역삼센트럴자이, 동작구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 서초구 반포래미안트리니원, 영등포구 리버센트푸르지오위브…. 이름이 길어서가 아니라 경쟁률이 길었다.
왜 서울 신축에만 사람이 몰렸을까. 첫째는 가격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들은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가 형성되며 ‘당첨과 동시에 시세차익’ 기대를 만든다. 둘째는 규제의 시간차다. 일부 단지는 6·27 대출 규제 이전에 모집공고가 나가면서 상대적으로 덜 조인 조건을 누렸다. 셋째는 심리다.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의 논쟁과 무관하게, 서울 핵심지 신축은 “가치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제공한다. 규제가 세질수록 사람들은 위험한 선택을 덜 하고, 가장 덜 위험해 보이는 곳으로만 간다. 그 끝이 서울 신축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시장 정상화’가 아니라 ‘시장 분절’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경쟁률이 빠졌다. 경기도와 인천도 하락했고, 수도권 평균 경쟁률은 작년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지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부 지역이 제한적으로 반등했다고 해도 분양가 상승과 수요 위축이라는 본질을 뒤집지 못했다.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살펴보던 수요가 “그 가격이면 굳이”라고 말하며 멈춘 것이다.
규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10·15 대책’ 이후 대출 한도와 자격 요건, 실거주 의무 강화가 겹치자 주요 단지들이 분양 일정을 늦추기 시작했다. 서울 서초구 오티에르반포와 아크로드서초, 경기 수원의 두산위브더센트럴수원 등이 대표적이다. 분양을 미룬다는 건 곧 공급의 시계가 늦춰진다는 뜻이다. 규제로 수요를 누르면서 동시에 공급을 지연시키면, 시장은 더 양극화된다. 청약이 ‘가져갈 사람만 가져가는 게임’이 되면, 남는 건 경쟁률 숫자와 박탈감뿐이다.
내년에도 방향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핵심 입지 신축으로의 쏠림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수요 감소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가 말했듯 투기과열지구 확대와 청약 자격 강화로 수도권 전반의 문턱은 높아졌다. 그 높아진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더 확실한 곳’을 택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 3구 일부처럼 ‘가격 메리트’가 명확한 곳만 상대적으로 버틴다.
결국 올해 청약시장은 ‘규제가 만든 선별’의 결과였다. 모두가 멈춘 것이 아니라, 멈출 수 없는 사람만 움직였고, 움직인 사람은 가장 안전해 보이는 곳으로 몰렸다. 서울 신축의 경쟁률은 이 시장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라, 시장이 얼마나 쪼개졌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등에 가깝다. 뜨거운 곳은 더 뜨거워지고, 식은 곳은 더 차가워질 것이다. 이 겨울은 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