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닥에 쓰러진 채 의식은 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공포.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지만, 혼자 사는 1인 가구에게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30% 이상이 1인 가구다. "아프면 서럽다"는 옛말이 되었고, 이제는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특히 겨울철이나 일교차가 큰 환절기, 혹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날 예고 없이 찾아오는 '뇌졸중(Brain Stroke)'은 단 몇 분의 차이로 생과 사, 혹은 평생의 장애 여부를 결정짓는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터지는 뇌출혈을 통칭한다. 이 질환의 핵심은 '시간'이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 발병하면 발견이 늦어지고, 스스로 신고하기 어려워 골든타임을 놓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 전조증상을 미리 파악하고, 의식을 잃기 전 최후의 순간에 취해야 할 올바른 대처법을 숙지한다면 생존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본 기사에서는 혼자 있는 당신을 지켜줄 뇌졸중 자가 진단법과 119 도착 전 필수 행동 수칙을 긴급 점검한다.

소리 없는 저격수 뇌졸중, 1인 가구의 '골든타임' 사수하기
뇌졸중은 '소리 없는 저격수'로 불린다. 특별한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 말하는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통상 '3시간에서 4.5시간'이다. 이 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시술을 받아야 뇌세포 괴사를 막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경우, 이 골든타임 개념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함께 산다면 발병 즉시 가족이 119에 신고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은 증상을 느끼고도 "잠시 쉬면 낫겠지"라고 방치하거나, 이미 거동이 불가능해져 신고조차 못 하는 상황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거노인이나 청년 1인 가구의 고독사 원인 중 상당수가 심뇌혈관 질환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뇌세포는 혈액 공급이 중단되는 순간부터 초당 3만 2천 개의 뇌세포가 파괴된다. 1분이 지날 때마다 190만 개의 뇌세포가 죽고, 뇌는 3주가량 늙어버린다. 즉, 혼자 있을 때 뇌졸중이 온다면 '1분 1초'가 곧 자신의 뇌 기능이자 남은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 따라서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증상이 의심될 때는 지체 없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여야 한다.

전조증상 놓치지 마라... 가장 빠르고 정확한 'FAST' 자가 진단법
그렇다면 혼자 있을 때 뇌졸중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강력한 진단법은 미국 뇌졸중학회에서 권장하는 'FAST 법칙'이다. 이는 전문 의료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다.
F(Face, 얼굴 마비): 거울을 보고 '이~' 하고 웃어보라.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거나 얼굴 근육이 일그러진다면 뇌졸중 신호다.
A(Arm, 팔 마비): 양팔을 앞으로 나란히 뻗어보라. 한쪽 팔이 힘없이 아래로 툭 떨어지거나 들어 올리기 힘들다면 편마비 증상이다.
S(Speech, 언어 장애): 짧고 쉬운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해본라. 발음이 어눌하거나,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횡설수설한다면 뇌 언어 중추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T(Time, 시간): 위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 외에도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마치 망치로 맞은 듯한 통증), 심한 어지럼증으로 중심을 잡기 어려운 경우, 한쪽 눈이 갑자기 안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시야 장애도 주요 전조증상이다. 혼자 있을 때는 객관적으로 봐줄 사람이 없으므로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를 거울처럼 활용해 자신의 표정을 확인하고, 음성 녹음 기능을 켜서 자신의 발음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와 다름을 감지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
119 신고 후 '이것'만은 꼭... 생존율 높이는 결정적 행동 수칙
자가 진단을 통해 뇌졸중이 의심된다면, 그 순간부터는 생존을 위한 비상 모드에 돌입해야 한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19 신고다. 스마트폰의 긴급 신고 기능을 활용하거나 음성 인식(Siri, 빅스비 등)을 통해 전화를 건다. 신고 시에는 "뇌졸중 증상이 있다"고 명확히 말하고, 현재 위치(주소)를 또박또박 알려야 한다. 만약 말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수화기를 두드리거나 신음이라도 내서 위급함을 알려야 위치 추적을 유도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현관문 개방’이다. 힘이 남아 있다면 기어서라도 현관문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문을 조금 열어두어야 한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문이 잠겨 있어 진입 시간이 지체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 후 현관 근처나 거실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편안한 자세로 눕는다.
이때 자세는 베개나 쿠션을 이용해 머리와 어깨를 30도 정도 올려주는 것이 좋다. 이는 뇌압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여 뇌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넥타이나 벨트 등 몸을 조이는 의복은 느슨하게 풀어 혈액순환을 돕는다.
절대 금기 사항도 있다.
첫째, 의식이 흐려진다고 물이나 약(우황청심환 등)을 억지로 먹여선 안 된다. 삼킴 장애로 인해 기도 질식이나 흡인성 폐렴을 유발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둘째, 민간요법인 손 따기(사혈)는 금물이다. 통증으로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켜 뇌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감염 위험도 있다.
셋째, 조금이라도 힘이 있다면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을 손으로 자극해준다. 바늘로 손을 따는 건 통증이 있어 혈압이 오를 수 있지만 손으로 자극해주는 것은 뇌의 압력을 줄여주고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해준다.
넷째, 자차 운전은 자살행위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의식을 잃거나 마비가 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일상이 곧 예방이다... 혈관 건강 지키는 '셀프 케어' 루틴
뇌졸중은 갑자기 오지만, 그 원인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 위험 인자가 차곡차곡 쌓여 혈관을 망가뜨린 결과다. 따라서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평소 혈관 건강을 지키는 '셀프 케어'가 생명 보험과도 같다.
겨울철 외출 시에는 모자와 목도리로 체온을 유지해 혈관 수축을 막아야 한다. 짠 음식 위주의 배달 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는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은 혈관 탄력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스마트한 예방책이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워치에는 '낙상 감지 기능'과 '심전도 측정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쓰러짐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119와 미리 지정된 비상 연락처로 위치 정보를 전송해 준다. 스마트폰의 '긴급 의료 정보' 설정에 자신의 기저질환과 복용 약물 정보를 입력해 두면, 의식이 없을 때 구급대원이 신속하게 처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혼자라는 자유는 건강할 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건강을 잃으면 고립이라는 감옥이 된다. 뇌졸중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발생했을 때는 대처가 최선이다. 오늘 당장 FAST 법칙을 기억하고, 스마트폰에 비상 연락망을 재정비하자. 그것이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인 가구 시대, 뇌졸중은 더 이상 노년층만의 질병이 아니다. 불규칙한 식생활과 스트레스에 노출된 2030 세대에게도 뇌졸중은 위협적이다. 혼자 있을 때 닥친 위기는 오직 스스로의 판단과 대처로만 극복할 수 있다. '설마 나에게'라는 안이함 대신 '만약에'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FAST 자가 진단법을 숙지하고, 현관문을 열어두는 작은 행동 하나가 생사를 가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골든타임은 의사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스스로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당신의 현명한 대처가 당신의 내일을 지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