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21일 오후 5시, KBS창원홀은 세대를 아우르는 박수와 합창으로 가득 찼다. 대한민국 록 음악의 상징적 존재인 윤수일 BAND 전국투어 콘서트 – 창원이 성황리에 마무리되며, 음악이 지닌 지속성과 현재성을 동시에 증명했다.
이번 공연은 약 12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졌다. 무대 위 윤수일은 단단했고, 밴드 사운드는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음악가만이 구현할 수 있는 밀도를 보여줬다. 공연 전반을 관통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노래는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연의 문은 ‘인생의 강’, ‘아름다워’, ‘숲·바다·섬·마을’로 열렸다. 첫 곡부터 관객의 호흡은 빠르게 무대와 맞닿았다. 이어진 ‘도시의 천사’, ‘유랑자’, ‘갈대’, ‘찻잔의 이별’은 윤수일 음악 세계가 지닌 서정과 사유를 차분히 풀어냈다. 관객석에서는 자연스러운 떼창과 박수가 곡마다 이어졌고, 공연장은 점차 하나의 이야기 공간으로 변해갔다.
중반부에 접어들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오늘이 좋은 날’, ‘꿈인지 생신지’, ‘살아있다는 것으로’, ‘인생’이 연달아 울려 퍼지며 중장년 관객의 기억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공감까지 끌어냈다. 이는 윤수일의 노래가 특정 시대에 고정되지 않고, 여전히 현재형 언어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떠나지 마’, ‘제2의 고향’, ‘황홀한 고백’, ‘안개비’가 이어지며 공연은 다시 감성의 결을 깊게 파고들었다. 담백한 연출 속에서 노래 자체가 중심에 놓였고, 관객은 가사와 멜로디에 온전히 집중했다.

이번 창원 공연에는 특별 게스트로 한가빈, 장예주, 장보윤이 함께했다. 각기 다른 음색과 무대 구성은 공연의 리듬을 다채롭게 만들었고, 윤수일 BAND의 음악 세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완성도를 높였다.
후반부 무대에서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터미널’, ‘사랑만은 않겠어요’가 이어졌고, 피날레를 장식한 ‘아파트’에서는 전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했다. 공연장은 하나의 합창장이 되었고, 세대의 경계는 의미를 잃었다.
윤수일은 공연 말미 관객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각자의 삶에 작은 위로로 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과장 없는 한마디였지만, 그 진심은 공연장을 채운 박수로 충분히 증명됐다.
이번 윤수일 BAND 전국투어 콘서트 – 창원은 추억 소환이 아니었다. 노래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현재를 확인하는 무대였다. 노래가 시간이 아닌 사람과 함께 늙어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음악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그 중심에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메시지, 그리고 여전히 유효한 음악의 힘이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