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시 동탄 반송동 ‘한음뮤직슐레’ 최승연 원장 |
화성시 동탄 반송동. 창문 너머로 잔잔한 현악의 선율이 흐른다. 이곳은 ‘한음뮤직슐레’, 이름처럼 ‘하나의 음악으로 세상을 연결한다’는 뜻을 품은 음악 교육 공간이다.
“‘한음(一音)’은 음악을 통해 하나의 조화로운 울림을 만들겠다는 의미예요. ‘뮤직슐레’는 독일어로 음악학교를 뜻하죠. 저희는 단순히 악기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종합 예술교육 공간이에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교육자인 최승연 원장은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5세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의 수강생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악기를 배우고 있다.
▲ 사진 = 한음뮤직슐레 바이올린 기초교육프로그램 |
최승연 원장은 어릴 적부터 음악과 함께 자랐다.
“저희 고모가 바이올린 선생님이셨어요. 자연스럽게 저도 악기를 잡게 됐죠.” 그녀는 대학과 대학원을 모두 전공으로 마친 뒤,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오랜 시간 활동했다.
“저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렵고 남들 앞에서 떨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악기를 잡으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더라고요. 음악을 통해서만 표현할 수 있었던 ‘진짜 나’가 있었어요.”
▲ 사진 = 한음뮤직슐레 |
그 경험은 그녀가 지금의 길을 걷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 그것이 음악이니까요.”
바이올린은 여느 악기보다 섬세하고 인내를 요한다. “손끝 하나의 각도, 활의 압력, 미세한 소리의 떨림까지 신경 써야 하죠.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커요. 한 곡을 완주했을 때 ‘아, 내가 해냈구나’ 하는 자신감을 줍니다.”
![]() ▲ 사진 = 한음뮤직슐레 바이올린 기초교육프로그램 |
그녀는 아이들에게 “빨리보다 바르게”를 강조한다. “조금 더디더라도 기본기를 확실히 다지면, 언젠가 그 소리가 아이의 내면을 닮아갑니다.”
성인 수강생들에게도 바이올린은 특별하다. “어릴 때 못 배워서 뒤늦게 배우는 분들이 많아요. 회사 동호회나 오케스트라 활동을 위해 배우는 분들도 계시죠. 무엇보다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고 하세요. 짧은 시간이라도 악기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이 정리된다고요.”
▲ 사진 = 한음뮤직슐레 |
— 청소년 오케스트라 ‘동탄 한음 청소년 오케스트라’ 창단
최 원장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직접 ‘동탄 한음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아이들이 단순히 사교육으로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대에서 협연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길 바랐어요.”
▲ 동탄 한음 청소년 오케스트라 |
이 오케스트라는 비영리 단체로, 학생들이 연주를 통해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운영된다. “음악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언어’가 되길 바랐어요. 연주를 통해 지역 축제나 병원, 복지관에서도 공연하고 있어요.”
▲ 사진 = 동탄 한음 청소년 오케스트라 |
‘한음뮤직슐레’의 학생들은 개인 레슨과 앙상블, 오케스트라 활동을 병행한다. “악기는 혼자만의 기술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에요. 무대에서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아이들은 협동과 배려를 배웁니다.”
최승연 원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는 언어지연을 겪던 학생이었다. “처음엔 눈도 못 마주쳤고, 손이 덜덜 떨렸어요. 하지만 악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면서 점점 변하기 시작했죠.”
▲ 사진 = 동탄 한음 청소년 오케스트라 |
그 학생은 꾸준히 연습을 이어가 결국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협연 무대에 섰다. “무대 위에서 수상 소감을 또박또박 말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음악이 그 아이에게 ‘말보다 큰 언어’가 되어준 순간이었어요.”
최 원장은 교육의 속도보다 ‘아이의 속도’를 중시한다. “저는 빠른 진도를 내기보다, 한 아이 한 아이의 리듬에 맞춰 가르치려 해요. 악기는 단순히 실력을 올리는 도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 사진 = 한음뮤직슐레 |
그녀는 학부모들에게 늘 같은 말을 전한다. “기초가 탄탄하면 늦어도 괜찮아요. 기초가 흔들리면 언젠가 다시 돌아와야 하거든요.” 그 철학은 ‘한음뮤직슐레’의 수업 방식 곳곳에 녹아 있다. 한 번의 레슨에서도 손가락 위치와 활의 각도를 세심하게 잡아주며, 아이 스스로 깨닫는 시간을 기다린다.
최승연 원장은 숙명여대에서 아동 예술교육 석사 과정을 마쳤다. “악기는 고가이고, 음악교육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아요. 아이들이 경제적 이유로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 “악기나 공간 지원이 확대된다면,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음악을 접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앞으로도 지역 연계 프로그램이나 해외 교류 활동 등으로 예술 교육의 폭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 사진 = 한음뮤직슐레 |
최승연 원장의 최종 목표는 단순하다. “전문 연주자를 몇 명 배출하는 것보다, 음악을 통해 행복한 아이를 백 명 만들고 싶어요.” 그녀는 향후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다양한 악기와 협업하는 음악교육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더 많은 무대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길 바라요. 음악이 서로를 이해하는 언어가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겁니다.”
동탄의 한 교실, 잔잔한 현악의 선율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고 있었다.
최승연 원장의 수업에는 ‘빠름’보다 ‘깊이’가, ‘기술’보다 ‘마음’이 있었다.
음악은 소리의 예술이지만, 그 본질은 사람의 이야기다.
한음뮤직슐레의 교실에서 피어나는 작은 울림들은 결국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향하고 있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을, 한 줄의 선율로 전할 수 있다면 — 그것이 바로 음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