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사이 하얗게 눈이 내리면 세상은 고요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커피 한 잔이나 신선 식품이 현관 앞에 도착했다는 알림은 얼마나 달콤한가. 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그 '새벽의 편리함'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건 사투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곤 한다.
저자는 35년 경찰 생활 중 겨울철 야간 근무를 하며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특히 폭설주의보가 내려진 밤이면 순찰차의 무전기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2010년대 중반,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지던 어느 새벽의 사고 현장은 지금도 저자의 가슴속에 시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언덕이 많은 주택가 골목길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눈길에 미끄러져 차량 밑으로 깔려 들어간 사고였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하얀 눈밭 위에는 붉은 핏자국과 함께 배달 통에서 쏟아진 음식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다리가 부러진 채 고통스러워하던 젊은 라이더는 저자에게 절박하게 말했다.
구급대원에게 실려 가면서도 그는 "고객님한테 전화 좀 해주세요, 늦어서 죄송하다고..."라는 말을 반복했다. 자신의 안전보다 배달 지연을 더 두려워하는 그 처절한 책임감 앞에서 제복을 입은 저자조차 가슴이 먹먹해졌다. 무엇이 이 청년을 그 위험한 빙판길로 내몰았을까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플랫폼 노동의 차가운 알고리즘은 창밖의 날씨를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악천후에는 배달료가 오르고, 이는 경제적 압박을 받는 가장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자 목숨을 건 도박이 된다. '로켓'이나 '총알' 같은 단어에 열광하며 더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사이 노동자의 안전권은 삭제된다.
배달 노동자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며, 저녁이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야 할 권리가 있는 존엄한 존재다. 그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편리함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클릭 한 번으로 무엇이든 집 앞으로 가져다주는 시스템 뒤에는 빙판길 위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타인의 고통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그 무게를 가늠해봐야 한다. 저자는 35년간 치안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우리 국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때 차별은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폭설이나 폭우 등 기상 악화 시에는 가급적 배달 주문을 자제하거나, 주문 시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안전하게 와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작은 배려를 실천해 보길 권한다.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배달 노동자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무리한 운행을 막는 소중한 안전동아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누리는 '새벽의 편리함'이 누군가에게는 '새벽의 재난'이 되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안전을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인권 감수성의 시작이다." 부디 올겨울 눈 내리는 밤에는 배달 앱을 켜기 전에 창밖의 날씨를 먼저 살피는 따뜻한 마음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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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오늘 밤, 당신이 주문한 상품 뒤에 숨겨진 누군가의 안전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칼럼니스트 소개

전준석 칼럼니스트는 경찰학 박사를 취득하고 35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한 뒤 총경으로 퇴직해 한국인권성장진흥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인사혁신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에서 전문강사로 활동하며 성인지 감수성, 4대 폭력 예방, 양성평등, 리더십과 코칭, 인권 예방, 자살예방, 장애인 인식 개선, 학교폭력 예방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심리학’, ‘다시 태어나도 경찰’,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 ‘4월 어느 멋진 날에’가 있다. 경찰관으로 35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우리 국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차별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인권이 성장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을 연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