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고물가·취업난 속 서민 고통 깊어가는데, 정치권의 대책은 무엇인가

▲박동명/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박동명 박사는 지방자치·공공정책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정책 전문가이다지표와 체감의 간극, 중앙정치의 책임, 지방정부의 역할을 함께 짚어 왔다이번 칼럼은 고물가·취업난의 복합위기 속에서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비판에 그치지 않고 실행 가능한 처방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가 2%라는 말이 서민의 점심값을 낮추지 못한다


정부 발표를 보면 2025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4%로 나타난다. 겉으로는 안정이라는 표현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같은 달 생활물가지수는 2.9%, 식료품·비주류음료는 3.7%, 서민 체감과 더 가까운 지표가 더 아프게 움직인다.(국가데이터처)


문제의 핵심은 평균이다. 평균 물가는 내려오는 듯해도, 서민이 매일 사는 품목이 내려오지 않으면 민생은 악화된다. 실제로 외식물가는 2020년 대비 20255월 기준 약 25% 가까이 올랐고, 김밥·햄버거·떡볶이 같은 점심 메뉴는 5년 새 30~40%대 상승을 기록했다. ‘런치플레이션이 유행어가 아니라 생활의 규칙이 되어버린 이유이다.

정치권이 물가가 안정세라는 문장을 반복하는 순간, 국민은 이렇게 되묻는다. 그 안정은 누구의 지갑에서 확인되는가라고.


필수재가 흔들릴 때, 시장에만 맡기면 가격의 갑질이 된다


고물가의 고통은 먹거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성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생리대 가격 논란은 필수재 시장이 독과점 구조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주요국 대비 국내 생리대 가격이 높다는 지적과 함께, 시장이 소수 기업 중심으로 굳어져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여기서 정치의 역할은 분명하다. “기업을 탓하자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감시하라는 것이다. 필수재·생활필수 서비스는 가격이 오르면 내려오기 어렵다. 이 하방 경직성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경제현상이 아니라 생활권 침식이 된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한국은행 분석은 고인플레이션 충격이 소득계층에 따라 다르게 체감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소득층의 실효물가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나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강화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정치가 평균만 말할수록, 사회는 더 불평등해진다.


취업난은 청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문제이다


물가가 오르면 소득이라도 늘어야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고용이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다. 청년층(15~29) 고용·실업 관련 지표와 함께, 구직을 잠시 멈춘 쉬었음인구의 변화가 반복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제조업 고용이 흔들릴 때 충격은 더 길게 간다. 2025년 봄 고용동향에서는 제조업 취업자 감소가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제조업은 단순한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협력업체·지역상권·청년 기술경력의 사다리와 연결되는 산업 기반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청년정책을 지원금 몇 가지로 축소하면, 청년은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버티는생활로 내몰린다. 이때 필요한 것은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과 경로이다.

OECD는 한국 청년고용 문제의 구조적 배경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대기업·중소기업, 정규·비정규 격차)와 그로 인한 좋은 일자리 대기행렬을 지적해 왔다결국 청년 문제는 교육·산업·노동·주거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종합과제이다.



자영업의 붕괴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의 실패로 전이된다


자영업은 서민경제의 최전선이다. 그런데 금리·임대료·원가·플랫폼 수수료가 한꺼번에 압박하면, 자영업은 버티기 게임이 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202512) 관련 보도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규모와 연체율 문제, 특히 취약 자영업자의 높은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경고되고 있다.


정치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이다. 첫째, 연체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지기 전에 선제적 채무조정·재기지원을 촘촘히 설계하는 일이다. 둘째, “폐업 후 생계까지 포함한 전환 정책(업종전환·재취업·직업훈련·사회보험 연계)을 제도화하는 일이다. 자영업을 방치하면 가계부채는 결국 사회부채가 된다.


정치권의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민생협치 100제안


정치가 민생을 말하려면, 먼저 정쟁의 언어를 줄이고 성과의 언어를 늘려야 한다. 나는 정치권에 다음의 민생협치 100일 패키지를 요구한다.


첫째, 물가대책의 기준을 평균에서 필수로 바꿔야 한다

전체 물가가 아니라 식료품·외식·주거·에너지·돌봄 같은 필수 영역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물가대책의 KPI지수가 아니라  서민 체감지표(장바구니·점심값·공공요금 부담률)가 되어야 한다.


둘째, 독과점·플랫폼 비용을 민생 인프라로 다뤄야 한다

필수재 독과점 의심 시장(: 생리대 등)은 공정당국의 상시 모니터링과 정보공개를 강화해야 한다.

배달·결제·중개 플랫폼 수수료 구조는 소상공인 비용의 핵심이 된 만큼, 표준계약서·수수료 공시·불공정 약관 시정 등 시장규칙을 촘촘히 세워야 한다.


셋째, 지원은 전국민 vs 선별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

정책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다. 고물가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실질소득 방어이다. 에너지 빈곤층, 저소득 근로가구, 한계 자영업자, 청년 구직취약층 등 충격 흡수력이 약한 집단에 집중하되, 현금만이 아니라 세제(EITC), 바우처, 사회보험료 지원을 결합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적한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넷째, 청년일자리는 현금지원이 아니라 경력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고용은 직업훈련-채용-경력형성의 연결이 핵심이다. AI·디지털 전환 훈련을 늘리되, 수료증 남발이 아니라 기업 채용과 연동되는 도제·인턴·채용연계형 프로그램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격차 완화(사회보험 확대, 중소기업 임금·복지 지원, 전직·이동 지원)가 병행되어야 한다.


다섯째, 자영업 대책은 만기연장에서 재기설계로 옮겨가야 한다

채무조정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취약차주를 조기에 선별해 구조조정·재기자금·직업훈련·복지연계를 한 번에 묶는 원스톱 패키지가 필요하다. 금융안정보고서가 경고하는 지점은 바로 취약부문의 집중이다.


여섯째, 국회는 민생 법안 처리기한을 스스로에게 걸어야 한다

여야가 만나 민생 비상 테이블을 상설화하고, 쟁점법안과 분리된 민생법안을 일정 기한 내 처리하는 합의가 필요하다.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민생을 볼모로 삼는 정치는 민주주의의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행위이다.


일곱째, 지방정부를 민생의 전진기지로 세워야 한다

생활물가·지역고용·자영업은 현장성이 강하다. 중앙은 재정과 제도를 열고, 지방은 지역 맞춤형 대책을 집행해야 한다. 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려면, “지방이 할 수 있는 권한부터 늘려야 한다.


결론: 정치의 존재 이유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살게 하는 것이다


정치는 결국 밥의 문제이다. 점심값, 전기료, 대출이자, 취업문, 폐업의 공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시기에 정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국민의 삶 한가운데에 있어야 한다.

고물가·취업난의 복합위기는 경제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국회, 정부, 지방정부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간단하다.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의제로 올리는 일이다. 민생을 외면한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민생을 살리는 정치만이 다음 시대의 신뢰를 얻는다.



박동명

▷법학박사,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작성 2025.12.23 13:49 수정 2025.12.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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