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다시 걷게 되는 길
스무 살을 막 넘긴 어느 해부터였다. 나는 해마다 같은 시기가 되면, 같은 방향으로 몸을 움직인다. 정확한 장소를 알고 가는 길은 아니다.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도, 무엇이 남아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서면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설명할 수 없는 평온함이 찾아오고, 오래된 숨결이 잠시 나를 감싼다. 그 길은 17년 동안 반복되어 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그 마음은 매번 새롭다. 익숙해지는 것은 동선뿐이고, 마음은 늘 그날에 머문다.
부르지 않아도 먼저 와 있는 이름
그리움은 흔히 멀리 있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움은 멀리 가지 않는다. 오히려 내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만든다.
부르지 않아도 떠오르고, 애써 붙잡지 않아도 곁에 있는 이름. 바람이 잠시 멈추는 순간, 숨이 고요해질 때, 그 이름은 늘 먼저 와 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 남아 있는 존재처럼 말이다.
‘형’이라는 이름의 무게
세월이 흐르면 마음도 가벼워질 거라 믿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무디게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형이라는 이름은 시간이 지나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함께하지 못한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을 뿐이다. 그 시간만큼 기억은 더 깊어졌고, 마음은 더 단단해졌다.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았고, 대신 삶 속으로 스며들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멀리 있어도 괜찮은 이유
멀리 있어도 괜찮다.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 마음이 내 안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해마다 같은 마음을 안고 다시 그 길을 걷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움은 끝내야 할 감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이미 잊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 말이다.
사라지지 않는 관계의 형태
이 글은 슬픔을 드러내기 위해 쓰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는 관계를 기록하고 싶었다. 멀리 있지만 사라지지 않은 존재,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형’으로 남아 있는 마음을 말이다.
앞으로도 나는 해마다 이 마음을 안고 그 길을 걸을 것이다. 그리움은 정리하는 감정이 아니라, 삶과 함께 가져가는 마음이라는 것을 배워가며 말이다. 그리움은 떠나보낸 이를 향한 미련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리운 그대, 생각 나는 그대, 멀리 있는 그대. 당신은 여전히 내 안에 있고, 나는 오늘도 그 마음과 함께 하루를 살아간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떠나보낸 누군가를 ‘잊으려’ 애쓰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나만의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움은 떠나보낸 이를 향한 미련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리운 그대, 생각 나는 그대, 멀리 있는 그대. 당신은 여전히 내 안에 있고, 나는 오늘도 그 마음과 함께 하루를 살아간다.
* 이 글을 먼저 떠나보낸 동생이 있는 곳에 방문하여 느낀 내 마음을 적어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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