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자들이 백성을 삼키다
“너희가 정의를 미워하며 정직한 것을 굽게 하는도다.” (미가 3:9)
미가 선지자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뜨겁다. 그는 백성을 억압하는 지도자들, 돈을 받고 예언하는 선지자들, 하나님 이름을 빌려 자기 욕망을 채운 종교 지도자들을 향해 망치처럼 외쳤다.
이스라엘의 영광스러운 도시 시온과 예루살렘은 겉으로 보기엔 평안했다. 성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제사는 매일 드려졌다. 그러나 그 안의 중심은 이미 썩어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은 외면당했고, 공의는 짓밟혔으며, 지도자들은 백성의 살을 뜯는 늑대처럼 변했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 시대에도 낯설지 않다. 교회가 많아지고, 예배가 넘쳐나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는 ‘정의와 자비와 겸손’(미가 6:8) 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 미가의 외침은 2,700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 이 땅을 향해 다시 울려 퍼진다.
미가는 말한다. “너희가 내 백성의 살을 먹으며 그들의 가죽을 벗기며 그 뼈를 꺾는다.” (3:3)
이 끔찍한 표현은 단지 은유가 아니다. 그만큼 당시 지도자들의 탐욕과 폭정이 극에 달했음을 상징한다.
하나님이 맡긴 권력을 사리사욕의 도구로 삼는 순간, 그 권력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삼키는 칼이 된다.
오늘날에도 지도자는 많다. 교회 안에서도, 사회 안에서도. 그러나 지도자는 권력을 행사하는 자가 아니라 섬김을 실천하는 자여야 한다. 예수께서 “너희 중에 큰 자는 섬기는 자가 되라”고 하신 이유다.
하나님의 백성을 삼키는 리더십은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불러온다.
“그들이 이를 때에는 ‘평강하리라’ 하고, 입에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할 때에는 전쟁을 준비한다.” (3:5)
미가는 당대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을 정확히 찔렀다.
그들은 백성에게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하신다’는 달콤한 말을 반복하면서, 실제로는 헌물과 이익을 받아내는 일에 몰두했다.
오늘 우리 시대에도 비슷한 유혹이 있다.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하는 설교, 불편한 진리를 피하는 복음, 성공과 축복만을 강조하는 신앙.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거짓 평안’을 기뻐하지 않는다.
참된 예언은 때로 고통스럽다. 죄를 드러내고, 회개를 촉구하며, 하나님의 공의를 선포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목자는 칭찬보다 진리를 택하고, 인기보다 순종을 택한다.
하나님이 미가에게 주신 사명은 백성을 향한 ‘불편한 사랑’이었다. 오늘날 우리도 그 불편함을 감당해야 한다.
“시온은 밭처럼 갈리고 예루살렘은 무더기가 되며, 성전의 산은 숲의 높은 곳과 같게 되리라.” (3:12)
하나님은 그들의 제사나 예배를 더 이상 받지 않으셨다.
성전이 무너진 것은 단순한 건축물의 붕괴가 아니라, 하나님 임재의 철수였다.
외형의 화려함은 하나님을 붙잡을 수 없다.
그분이 떠나시면, 가장 큰 성전도 텅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심판의 메시지는 소망의 출발이기도 했다. 하나님은 새롭게 회복될 ‘남은 자’를 예비하셨다.
오늘 우리 역시 ‘성전 중심의 신앙’에서 ‘하나님 임재 중심의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
겉모습보다 마음의 성전이 깨끗할 때, 하나님은 다시 우리 가운데 거하신다.
미가의 외침은 단순한 고발이 아니다. 그것은 회복의 부름이다.
하나님은 여전히 정의를 사랑하시며, 겸손히 행하는 자를 찾으신다.
우리의 예배가 무너진 이유는 음악이나 규모 때문이 아니다.
그 중심에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시 정의를 세우고, 진리를 붙잡고, 이웃을 사랑할 때 —
하나님은 우리 시대의 시온을 다시 세우실 것이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가 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