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시선 ON]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 뒤에 숨은 것

 

진로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저는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이 말은 늘 담담하게 나오지만, 그 안에는 꽤 많은 감정이 들어 있다.
 

체념, 불안, 조심스러움, 그리고 혹시라도 틀릴까 봐 미리 접어 둔 마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은 정말 ‘욕망이 없는 상태’일까.
상담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반대였다.


너무 많은 것을 참고 살아온 사람일수록 자신의 욕구를 쉽게 말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그건 나중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현실적으로 생각해 봐”라는 말을 들으며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루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


그들에게 ‘하고 싶은 일’은 자주 미뤄진 끝에 어느새 말로 꺼내기 어려운 것이 된다.

그래서 진로 상담에서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은 종종 이렇게 바꿔 들린다.
무엇을 원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괜히 욕심부렸다가 실패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는 흔히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한 사람을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안전하게 욕망해도 되는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꿈을 말할 수 있다.

실패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감각, 선택이 곧 인생 전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믿음.
이런 정서적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 된다.

 

그래서 나는 자주 상담 현장에서 ‘꿈’을 먼저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요즘 가장 많이 피하고 싶은 상황은 어떤 건가요?”
“지금 삶에서 제일 소모되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은 아직 안전하게 욕망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이미지=AI 생성

하고 싶은 일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은 삶의 방식을 정직하게 바라볼 때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다.

혹시 지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 자신을 너무 빨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말은 게으름의 증거가 아니라, 오랫동안 자신을 뒤로 미뤄온 사람에게서 자주 나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로를 고민할 때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생각이 쏠린다.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할지, 자격증을 하나쯤 더 따야 하는 건 아닌지,
경력을 더 쌓아야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지, 지금의 나는 아직 부족한 건 아닐지.

진로 고민은 언제나 이렇게 ‘더하기’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들을 가장 지치게 만드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잘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대부분은 이미 충분히 애써 왔다. 문제는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참고 버텨왔다는 데 있다.

그래서 진로 앞에서 느끼는 피로는 성장의 통증이 아니라 자신을 미뤄온 시간의 무게인 경우가 많다.

 

진로시선 한 줄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말은
아직 안전하게 욕망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작성 2025.12.22 17:32 수정 2025.12.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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