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위 부동산칼럼] 학군지 전세, 정말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서초구 메이플자이 전세 5억 급등 학군지 규제가 만든 프리미엄인가

규제가 만든 전세 품귀…시장은 이미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전세가가 불과 넉 달 만에 5억 원 뛰었다. 전세 14억 원에서 출발한 84㎡는 이제 20억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 거론된다. 학군, 역세권, 신축이라는 이른바 ‘3박자’를 갖춘 단지라는 점에서 상승의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전세 시장의 흐름은 단순한 입지 경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의 전세가는 시장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 가격이다.

 

서초·반포·잠원 등 강남권 학군지는 오래전부터 ‘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살 수 없는 곳’이 돼가고 있다. 문제는 가격보다 매물이다. 메이플자이 인근 단지들의 전세 물건은 손에 꼽힌다. 서초래미안의 경우 300가구가 넘는 단지에서 전세 매물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한 시장에서 가격은 자연스럽게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형성된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남 수정·중원구 일대에서도 재개발 이주 수요가 몰리며 전세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몇 달 새 2억 원 이상 오른 단지도 적지 않다. 수도권 곳곳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전세 급등은 우연이 아니다. 공통된 원인은 명확하다. 매매 시장을 옥죄기 위해 쌓아 올린 규제가 임대차 시장으로 충격을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갭투자 차단,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라는 ‘3중 규제’는 매매 시장의 문을 좁혔다. 집을 살 수 없게 된 수요는 전세로 몰렸지만, 전세 공급은 오히려 줄었다. 갭투자가 막히면서 전세 물량이 사라졌고, 실거주 의무는 기존 임대 물건의 유동성을 봉쇄했다. 여기에 전세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며 시장은 사실상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전세가 급등은 곧바로 월세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세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로 밀려나면서 부담은 더 커진다. 주거는 더 이상 자산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 생존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지를 찾는 가정, 신혼부부, 자영업자 모두가 이 구조의 직격탄을 맞는다.

 

문제는 이 현상이 일부 ‘프리미엄 지역’의 특수한 사례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 시장의 왜곡은 이미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격 통제와 거래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 임대차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린 결과다.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됐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항상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매매 시장만 눌러서 달성되지 않는다. 전·월세 시장이 숨 쉴 수 있어야 전체 시장도 움직인다. 공급을 막아놓고 가격이 오르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희망에 가깝다.

 

학군지 전세 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일상이 된 순간,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구조적 경고다. 시장은 이미 정책보다 빠르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규제가 아니라, 균형 감각이다.

작성 2025.12.22 11:14 수정 2025.12.23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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