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가 12월 20일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해 선보이는 무대다.
‘동물원 이야기’는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부에 가까운 인물 제리와 안정된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는 페트라의 만남은 일상의 대화처럼 시작되지만, 점차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파고들며 긴장감 있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작의 피터를 여성 인물인 페트라로 설정해 성별과 역할의 틀을 확장하며, 현대 사회의 관계 구조를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은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도시의 소음과 일상 속에서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은 점점 왜곡되고, 제리의 절박한 말들은 페트라의 조심스러운 침묵과 충돌하며 예기치 못한 결말로 치닫는다. 이 과정은 관객에게 인간은 어떻게 타인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까지도 유효한 ‘동물원 이야기’를 오늘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몰입을 만들어 내는 이 작품은, 화려한 장치 없이도 배우의 호흡과 대사만으로 관객을 긴장 속에 끌어들인다. 공연은 나와 타인 사이의 거리, 그리고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를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되묻는다.
연출을 맡은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배우진은 이 작품이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관계의 단절과 소통에 대한 갈망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리의 절박한 소통 의지와 페트라의 신중한 침묵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단면을 무대 위에 비추고자 했다고 밝혔다.
‘동물원 이야기’는 동시대의 소통 문제를 다시 환기하며, 관계의 연결성과 단절을 곱씹게 만드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상 속에서 타인과의 거리를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이 작품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이번 공연에는 협력 연출로 정하니가 참여했으며, 서울과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배우 하주원과 소나영이 무대에 오른다. 예술감독 안재범을 비롯해 드라마투르그 김종희, 연기감독 임정은, 조명디자인 이승준, 분장감독 채주엽, 음악감독 이창환, 기술감독 김진영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공동 제작에 참여한 극단 가변은 1999년 창단 이후 26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전문 연극단체다. 고전의 현대화와 국내 창작극 개발을 화두로 새로운 연극 언어를 모색해 왔으며,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바탕으로 한 창작과 자생력 있는 레퍼토리 구축을 목표로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