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주 용강동 ‘네오링크’ |
경주시 용강동 한켠, 따뜻한 조명과 아늑한 색감으로 채워진 공간. ‘네오링크(NEOLINK)’는 이곳을 찾는 모든 아이들이 ‘낙인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는 김차윤 원장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그녀는 “이곳은 발달이 느린 아이들, 경계선 지능 아이들, 그리고 일반 아이들까지 함께 배우는 통합적 인지학습 센터예요. 한 아이의 속도에 맞춰, 그 아이가 가진 가능성을 연결해주는 곳입니다.”라고 미소 지었다.
![]() ▲ 사진 = 네오링크 |
김 원장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동생과 함께 자란 그녀는 “세상은 너무 빨랐고, 동생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이 경험은 그녀를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로 이끌었고, 이어 특수교육 전공 석사 졸업 후 임용시험을 준비하다 오히려 현장을 택했다.
“아이들을 직접 만나며 그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아동병원 부설센터에서 치료사로 근무하면서 임상심리사 2급 자격증 취득 및 QBA 슈퍼비전을 이수했어요. 이후 마무리 시험 준비 중입니다” 그렇게 ‘특수교육 전문가’이자 ‘임상 현장가’로서의 길이 열렸다. 그리고 마침내, 개별적인 아이들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 네오링크를 열었다.
![]() ▲ 사진 = 네오링크 |
‘낙인 없는 공간’을 만들다
김 원장은 센터를 설립하며 가장 먼저 “어떤 아이도 구분되지 않고, 모든 아이가 편안하게 머물며 성장할 수 있는 열린 배움의 공간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다짐했다. “저희를 찾는 부모님들에게 ‘센터라는 곳이 아이가 부족해서 오는 곳이 아니라 가능성을 찾으러 오는 곳’이었으면 해서 인테리어부터 동선까지, 편안한 학습공간처럼 구성했어요.”
이러한 철학은 센터의 이름에도 담겨 있다. “네오링크(NEOLINK)는 ‘새로운 연결’이라는 뜻이에요. 세상과 아이를 잇는 젠더(케이블)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죠.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세상과 아이가 연결되도록 돕자는 마음이었습니다.”
![]() ▲ 사진 = 꿈틀프로그램 5회차 |
진로·직업 프로그램으로 조기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꿈틀프로젝트
네오링크의 인지학습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여기서 시작된 배움은 진로·직업 체험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김 원장은 경주시 청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발달 지연 아동을 위한 소규모 가족형 진로 체험 프로그램 ‘꿈틀프로젝트’를 운영하고있다.
서울과 부산의 ‘키자니아’ 같은 대형 직업체험관이 부담스러운 아이들을 위해, 가족 단위로 참여 가능한 맞춤형 체험을 기획했다. “아이의 특성을 모두 알고 있으니까, 울거나 멈춰도 수업이 중단되지 않아요. 부모님들도 ‘아이들과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너무 뜻깊다’며 감동하시죠.”
![]() ▲ 사진 = 네오링크 |
이 프로그램에는 일반 아이들도 함께 참여한다. 사춘기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바리스타, 플로리스트, 제빵, 공예 체험을 하며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핸드폰을 손에 놓지 못하던 아이들이 여기서는 1시간 동안 집중해요. 엄마와 함께 같은 걸 만들어보는 경험이 아이 마음을 열어요.”
▲ 네오링크 공간은 천장이 트여있어 수업 소리가 들린다. 기다리는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구조로 타 센터와 구별되는 점 중 하나다. |
네오링크의 공간은 천장에 공간이 내어져있고, 모든 교실에 CCTV가 설치된 개방형 구조다. 이는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신뢰의 장치다. “아이들이 울 때 부모님이 안 보이면 불안해하죠. 그래서 모든 소리가 들리고, 원하시면 살펴볼 수 있게 설계뵈었죠. 어머님들이 ‘아이가 선생님한테 배우는 과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눈물 흘리신 적도 있어요.”
김 원장은 초기에는 아예 짧게 영상 편집을 해서 부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수업 장면을 직접 보시고 블로그에 감사 글을 올리신 아버님도 계셨어요. 그게 저에게 큰 힘이 됐죠.”
▲ 사진 = 네오링크 수업활동 |
“아이의 속도에 맞춘 수업”
네오링크의 핵심은 ‘인지 놀이 융합 수업’이다. 김 원장은 특수교사자격증2급, 가베지도사2급, 인지학습심리상담사1급, 몬테소리차일드 자격증 등을 결합해 아이마다 다른 접근 방식을 적용한다. 누구는 몸으로 색깔을 배우고, 누구는 소리로, 또 다른 누구는 놀이로 배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배움의 즐거움’을 되찾는다. “6개월 만에 20명의 정원이 꽉 찼어요. 부모님들이 말씀하세요. ‘여긴 똑같은 색깔 수업이라도 매번 다르다’고요.”
▲ 사진 = 네오링크 수업활동 |
또한 네오링크는 그룹 수업이 아닌 1대1 개별 맞춤형 인지 학습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의 속도는 모두 다릅니다. 억지로 끌고 간다고 빨라지지는 않아요. 마라톤처럼 잠시 쉬어가며 주변을 바라보고, 다시 달릴 힘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죠. 각각 아이들에게 맞는 속도와 상태에 맞춰 수업을 설계하고 있어요”
그녀는 네오링크를 “부모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라 부른다. “우리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며 앞으로 걸어나갈 때 말했을 때, 그것을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줄 곳이 필요해요. 여기는 자랑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우리 아이도 잘하고 있다’는 걸 느끼실 수 있죠.”
![]() ▲ 사진 = 네오링크 수업활동 |
‘한 아이의 성장’을 사회의 성장으로
김 원장은 단지 치료나 교육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는 현재 경북교육청 마약예방교육 강사와 아동-발달-장애 전문 성교육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학교에서는 장애아동을 돕는 ‘도우미 학생’ 제도가 있지만, 어떤 부모님들은 아직 이런 역할이 낯설어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끼시기도 합니다. 반면 미국은 ‘또래 멘토링’이나 ‘피어 버디 프로그램’처럼 또래가 서로를 돕는 문화가 자리 잡아 있어요. 어떤 지역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little therapist’라고 부르기도 하죠. 우리는 아직 이런 관계가 ‘책임’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공교육 교사들과 협력하며, 현장의 교사들이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가정-학교-센터가 삼각형으로 연결될 때, 아이들은 진짜로 성장합니다.”
김 원장은 언젠가 자신만의 ‘포용 마을’을 만드는 꿈을 품고 있다. “유아기부터 청년기까지 한 아이가 성장하는 전 과정을 함께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치료, 교육, 직업 재활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시스템이요.”
그녀는 웃으며 덧붙였다. “교수님들이 그러시더라고요. 그건 장관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하하.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아요.”
▲ 사진 = 네오링크 수업활동 |
김차윤 원장의 이야기는 ‘특수교육’의 한계를 넘어 ‘모두를 위한 교육’의 본질을 보여준다. 그녀의 네오링크는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이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치유받는 새로운 형태의 배움의 장이다.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는 교육, 그 안에서 김 원장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연결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따뜻한 링크’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