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생활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중년들은 이미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를 떠나는 선택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불안이 가장 먼저 앞을 가로막는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는 말은 넘쳐나지만, 구체적인 방향과 현실적인 경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막막함 속에서 중년은 결정을 미루고, 불안은 하루하루 커져만 간다.
불안은 곧 금전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수입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데, 생활비와 교육비, 주거비 같은 지출은 쉽게 줄일 수 없다. 퇴직이나 전직을 고민하는 순간부터 통장 잔고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실패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현실은 중년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감당해야 할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사회는 중년에게 끊임없이 자기계발과 전환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의 부담은 온전히 개인 몫이다. 재교육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중년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다. 준비되지 않은 재시작은 곧 소득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중년을 다시 직장 안에 묶어둔다.
이제 중년의 불안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금전적 현실은 구조적인 문제다. 경력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교육, 소득 공백을 완충해 줄 안전망, 실패해도 다시 설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답 없는 직장과 막막한 미래 사이에서 중년은 오늘도 계산기를 두드린다. 꿈보다 생계가 먼저인 현실에서, 사회가 외면한 불안은 결국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중년이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개인의 몫이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