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식의 산청 안전 리포트 5부작]
제2편: 구조 분석 (원인)
지난 글에서 블랙아이스의 위험성을 경고했다면, 이번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왜 유독 산청은 재난에 취약한 구조인가?" 행정가의 시각으로 분석해 보면, 산청은 현재 ‘지형적 고립성’과 ‘인구 구조의 취약성’이라는 두 가지 위험 요인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첫째, 산청의 지형은 ‘항아리형 고립 구조’다. 2025년 여름 집중호우 당시를 복기해보자. 산청의 많은 마을은 강을 끼고 있거나 산골짜기 깊숙이 위치해 있다. 이는 평시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이지만, 진입 교량이 하나만 유실되거나 산사태로 도로가 끊기면 즉시 ‘육지 속의 섬’으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강우 데이터를 기준으로 설계된 지금의 교량 높이와 배수 용량은, 기후 위기 시대의 ‘극한 호우’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둘째, ‘초고령화’라는 인구 구조가 재난 대응 속도를 늦춘다. 산청의 고령 인구 비율은 40%를 육박한다. 이것이 방재학(防災學)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대피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것이다. 젊은 층은 1분이면 대피할 거리를 어르신들은 5분, 10분이 걸린다. 스마트폰 긴급 재난 문자는 어르신들에게 무용지물일 때가 많고, 마을 이장님의 방송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급박한 상황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즉, 산청의 재난 관리는 도심지와는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길이 험하고 물이 많으며, 피할 사람은 느리다. 이것이 우리가 직시해야 할 냉정한 현실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20년 전의 낡은 매뉴얼로 오늘을 대응할 것인가? “비 오면 나가지 마라”는 식의 개인적 주의를 넘어, 지형적 고립을 막을 ‘인프라 보강’과 고령자에 맞춘 ‘찾아가는 대피 시스템’이 결합된 ‘산청형 방재 매뉴얼’을 새롭게 짜야 할 시점이다. 원인을 알아야 해법이 보인다.
※본 기고문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로, 특정 정책·행정 판단·제도 개선에 대한 제안은 참고 의견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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