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챗GPT 앱 스토어 출범이 던지는 질문: 당신은 AI의 사용자가 될 것인가, 설계자가 될 것인가
"5년 후, 우리는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대신 업무용 AI 앱을 설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과학 이야기가 아니다. 2025년 12월, 오픈AI(OpenAI)가 '챗GPT 앱 스토어'를 공식 출범하며 전 세계 창업가와 프리랜서, 직장인들에게 던진 현실적인 화두다. 2008년 애플의 앱 스토어가 휴대전화를 통화 기기에서 '만능 라이프 플랫폼'으로 변모시켰듯, 이번 조치는 챗GPT를 단순한 똑똑한 비서에서 사용자의 디지털 삶을 구동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과연 이 변화는 우리의 일자리와 비즈니스, 그리고 미래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 도구에서 플랫폼으로: 역사는 반복된다
시계를 잠시 과거로 돌려보자. 2008년 앱 스토어의 등장 이전, 휴대전화는 전화와 문자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앱 생태계가 열리면서 스마트폰은 은행이자 지도, TV, 그리고 사무실이 되었다. 2010년대에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그 위에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2025년 현재, 오픈AI는 챗GPT를 통해 동일한 혁신을 꾀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앱 스토어 출범으로 제3자(Third-party) 개발자들은 챗GPT의 언어 능력과 추론 엔진을 활용해 자신만의 특화된 앱을 인터페이스 내에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기술적인 진보를 넘어 실질적인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 사용자들은 단순히 AI와 대화하는 것을 넘어 다음과 같은 'AI 도구'들을 선택해 활용하게 된다.
* 특정 관할권 법리에 맞춘 계약서 초안 작성
* 스타트업 지표 분석 및 경영 전략 제안
* 사용자 수준에 최적화된 맞춤형 외국어 학습
* 블로그 및 SNS 콘텐츠 기획부터 SEO 최적화까지의 자동화
* (안전 가이드라인 내에서의) 의료 문헌 해석 및 요약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그 위에 플랫폼이 깔리면, 부(富)와 영향력, 그리고 일자리의 지형도는 급격히 이동하기 마련이다.
◇ 노동의 변화: AI는 '새로운 동료'인가, 경쟁자인가?
챗GPT 앱 스토어의 등장은 AI를 검색창의 대안이 아닌 '도구함을 갖춘 디지털 동료'로 격상시킨다. 영업용 AI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이메일을 작성하고, 법률 AI가 계약서를 검토하며, 콘텐츠 AI가 영상 썸네일을 기획하는 식이다. 이는 단순한 질문 답변을 넘어 실제 직무의 '워크플로우(Workflow)'를 수행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양면성을 지닌다. 지식 노동자는 반복적인 업무에서 해방되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1인 기업이나 소규모 팀은 마치 수십 명의 직원을 둔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주니어 레벨의 초급 업무가 AI 앱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신입 사원이 업무를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AI가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개의 정규직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앱 스토어 형태의 전문화된 AI 서비스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 경제적 기회: '비개발자'를 위한 새로운 골드러시
과거 모바일 앱 생태계가 애플과 구글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었듯, 챗GPT 앱 스토어 역시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예고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진입 장벽이다.
과거에는 앱 개발을 위해 거창한 엔지니어링 팀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챗GPT가 복잡한 코딩과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 준다. 즉, 법률, 피트니스, 마케팅 등 각 분야의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만 있다면 누구나 AI 솔루션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코딩 능력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기획력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플랫폼 종속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앱 스토어 운영사가 노출 순위, 수수료 정책, 허용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독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에 과도한 경제적 권력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 안전과 규제: 누가 심판을 맡을 것인가
AI가 플랫폼화 될수록 '거버넌스(Governance)'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편향된 생산성 앱이 인사 고과에 영향을 주거나, 부정확한 금융 AI가 사용자의 자산을 위협할 수도 있다.
최근 오픈AI가 전문적인 조언(법률, 의료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청소년 보호 정책을 업데이트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이 사실상 정보와 기회의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른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결론: 2008년의 기회를 다시 마주하며
챗GPT 앱 스토어의 출범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술은 이미 방향을 잡았고,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2008년 스마트폰 혁명의 초입과 비슷한 시기, 즉 혼란스럽지만 기회로 가득 찬 변곡점에 서 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단순히 AI 앱을 소비하는 사용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전문성을 AI에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설계자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AI는 인간의 대체재가 아니라,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증폭시키는 도구다. 지금 당장 자신의 업무를 돌아보고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내 업무의 어떤 부분이 AI 앱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앱을 내가 직접 기획할 수 있는가?" 바로 그 질문 속에 미래의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