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지(冬至)는 북반구에서 1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로 알려져 있다.
올해(2025년) 동지는 한국(인천 기준)으로 12월 22일 0시 03분 무렵에 해당한다.
동지는 단순히 “해가 빨리 지는 날”을 뜻하진 않는다. 실제로 인천·서울에서는 가장 이른 일몰이 동지보다
앞선 12월 6~7일 무렵에 나타날 수 있다. 지구의 공전 궤도와 자전축 기울기 때문에 ‘일몰 시각’과
‘낮의 길이(일출~일몰)’가 완전히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지 무렵이 연중 최단 일조(가장 짧은 낮)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어둠의 끝에서, 다시 길어지는 낮”
천문학적으로 동지는 지구의 자전축이 태양에서 가장 멀어지도록 기울어진 시점으로, 태양은 하늘에서 가장 낮게 지나가며 낮이 짧아진다. 반대로 이때부터 태양의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낮이 서서히 길어진다.
그래서 예부터 동지는 ‘겨울의 한가운데이자, 다시 시작되는 날’로 여겨졌다.
우리 민속에서 동지가 ‘작은 설(아세)’로 불린 배경도 여기에 닿아 있다. 어둠이 가장 깊은 날을 지나 새해의 기운이 다시 돌아온다고 본 것이다. 동지가 든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 부르는 전통도 남아 있다.
팥죽 풍습, ‘액막이’이자 ‘나눔’이었다
동지를 대표하는 풍습은 단연 동지팥죽이다. 팥죽에 찹쌀가루로 만든 새알심을 넣어 먹고, 예전에는 대문이나 곳곳에 팥죽을 조금 뿌려 잡귀를 막는 뜻을 담기도 했다. 붉은 팥이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믿음이 깔려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팥에는 붉은색이 음귀를 쫓는다는 벽사(辟邪)의 의미뿐만 아니라,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칼륨과 비타민 B1 등 영양분을 보충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기도 한 풍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흥미로운 건 동지 날짜가 음력 달의 초·중·말 어디에 드느냐에 따라 애동지·중동지·노동지로 부르며,
특히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는 전승도 있다는 점이다.

2025년 동지는 음력 11월 3일로 초순에 해당해 애동지로 분류된다.
전통 민속 지식에 따르면 애동지에는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속설이 있어 팥죽을 쑤어 먹지 않는 관습이 있다. 대신 붉은 팥을 넣은 ‘시루떡’을 만들어 가족 및 이웃과 나누는 것으로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해 왔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절기의 풍습은 지역과 가계마다 차이가 있으나,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떡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전통 관습”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에 이르러 절기의 의미는 다소 퇴색되었으나, 밤이 가장 깊은 시기를 지나 다시 빛의 시간이 길어지는 ‘회복’과 ‘나눔’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전문가들은 “동지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기운을 맞이하는 심리적 전환점”이라며, “전통 음식을 나누며 이웃의 안부를 묻는 문화적 가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낮이 조금씩 길어지는 만큼, 마음도 그만큼 환해지길 기대해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