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오래된 빌라촌이 불과 5년 만에 18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한때 3억 원 안팎에 머물던 연립주택이 10억 원을 훌쩍 넘는 신축 아파트로 바뀌었다. 단순한 집값 상승의 이야기가 아니다. 염창동 ‘덕수연립’ 사례는 지금 한국 도시정비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곳은 1981년 준공된 3층짜리 연립주택 단지였다. 2009년 재건축 조합이 설립됐지만 사업성 부족과 갈등으로 무려 13년간 멈춰 섰다. 그러다 2020년 전환점을 맞았다. 조합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선정되면서다. 이후 2022년 공동시행 약정을 맺고, 2023년 착공해 30개월 만에 준공을 눈앞에 두게 됐다. 조합 설립부터 따지면 4년 10개월, 정비사업으로서는 이례적인 속도다.
이른바 ‘염창역 동문 디이스트’로 재탄생한 단지는 지하 3층~지상 18층, 66가구 규모다. 조합원 물량과 일반분양, 공공임대가 함께 들어섰고, 공공임대 역시 동일한 마감 품질을 적용했다. 역세권 입지에 신축 아파트라는 조건을 감안하면 시장의 평가는 이미 나와 있다. 인근 20년 넘은 아파트가 10억 원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신축 단지의 잠재 가치는 13억~14억 원대로 거론된다.
이 변화의 핵심은 ‘공공의 개입 방식’이다. 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저금리로 조달할 수 있고, 초기 설계와 감정평가, 사업관리까지 공공이 지원한다.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 가능성을 낮추고,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덕수연립 사례에서 보듯, 가장 큰 난관이었던 이주비와 공사비 조정 문제도 비교적 원활하게 넘겼다.
도시 곳곳에 이런 잠재지는 널려 있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은 규제와 이해관계 충돌로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린다. 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존 도로 체계를 유지한 채 소규모로 정비해 도심 주택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특히 서울처럼 대규모 택지 개발이 어려운 도시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 상가 비중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등은 여전히 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안 되는 사업’으로 분류됐던 노후 연립이 5년 만에 새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염창동의 변화는 묻고 있다. “정비사업은 느릴 수밖에 없는가.” 덕수연립의 답은 분명하다.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나누고 속도를 선택한다면, 도시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염창동이 보여준 진짜 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