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 입은 자를 싸매시는 하나님
시편 147편은 포로에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이 예루살렘의 재건을 경험하며 부른 찬양시다. 무너진 성벽 위에서 그들은 단지 돌을 쌓은 것이 아니라, 잃어버렸던 신앙과 희망을 다시 세웠다.
“여호와께서 예루살렘을 세우시며, 이스라엘의 흩어진 자들을 모으시며” (2절)
이 구절은 폐허의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다시 시작하신다는 선언이다.
오늘날 우리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성벽’이 무너진 세상 속을 산다. 관계가 무너지고, 신뢰가 깨지고, 마음이 상처로 덮인 시대다. 그러나 시편 147편은 말한다. “그가 상심한 자들을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신다” (3절)
이 말씀은 신앙의 선언이며 동시에 인생의 회복을 약속하는 위로다.
시인은 하나님을 “별의 수효를 세시며, 그들을 다 이름대로 부르신다”(4절)고 노래한다. 이는 단순한 우주적 묘사가 아니다.
별처럼 많은 인간의 영혼 가운데 단 하나도 하나님께는 잊히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별은 인간의 눈으로 볼 때 무수히 많지만, 하나님께는 하나하나 이름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상처와 눈물도 하나님께는 ‘익명’이 아니다.
“나는 혼자다”라고 느끼는 세대에게, 시편 147편은 조용히 말한다.
“너는 잊힌 존재가 아니다. 하나님은 네 이름을 알고 계신다.”
6~11절에서 시편 기자는 세상의 가치관과 전혀 다른 하나님의 기준을 보여준다.
“여호와는 말의 힘을 기뻐하지 아니하시며, 사람의 다리 근육을 기뻐하지 아니하시고, 자기를 경외하는 자, 그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를 기뻐하신다.”
세상은 여전히 강함, 성취, 경쟁을 찬양하지만, 하나님은 겸손과 믿음을 더 귀히 여기신다.
이 말씀은 ‘자신의 힘으로 버텨야 한다’는 현대인의 신념을 깨뜨리고, “하나님께 의지하는 믿음이 진정한 강함이다”라는 역설을 드러낸다.
상처 입은 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그 순간, 인간은 다시 노래할 수 있다.
시편 147편은 단지 인간의 회복을 말하지 않는다.
“그가 구름으로 하늘을 덮으시며, 땅을 위하여 비를 준비하시며, 산에 풀이 자라게 하신다”(8절).
이 말씀은 하나님이 인간과 자연, 영혼과 세계를 통합적으로 다스리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님은 영적인 영역만이 아니라, 우리가 숨 쉬고 일하고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서도 일하신다.
이것은 ‘신앙’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그분은 우리의 영혼을 싸매실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환경과 구조까지 회복하신다.
시편 147편은 찬양으로 시작해 찬양으로 끝난다.
“시온아 여호와를 찬송할지어다, 네 하나님을 찬양할지어다”(12절).
회복은 조용히 일어나지만, 그 끝은 언제나 찬양으로 드러난다.
하나님이 상처 입은 마음을 싸매실 때, 그 자리는 탄식의 자리가 아니라 새 노래가 울려 퍼지는 무대가 된다.
오늘도 하나님은 폐허 위에 새로운 노래를 부르게 하신다.
그 노래는 “회복의 노래”이며, 시편 147편은 그 노래의 악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