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양극화, 어디까지 왔나
최근 발표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자산 규모에 따른 격차가 심화되며 부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상위 초고액 자산가 그룹의 자산 증식 속도가 다른 부유층을 압도하는 양상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본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부자들의 자산 현황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이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3,066조 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해 온 수치입니다.
자산 규모에 따라 부자들을 세분화하여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일반 자산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 100억 원 미만): 전체 부유층 금융자산의 36.2%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5년 전인 2020년 38.2% 대비 2.0%포인트 감소한 비중입니다.
2) 고액 자산가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 ~ 300억 원 미만): 전체 금융자산 중 17.8%를 보유했으며, 2020년 20%에서 2.2%포인트 줄어들었습니다.
3) 초고액 자산가 (금융자산 300억 원 이상):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습니다. 이들의 금융자산 비중은 46%로, 2020년 41.8% 보다 4.2%포인트 증가하며 전체 부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초고액 자산가의 압도적인 성장세
인원수 증가율에서도 초고액 자산가의 독보적인 성장이 확인됩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초고액 자산가는 연평균 12.9%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6,000명에서 12,000명으로 두 배 증가했습니다. 반면, 고액 자산가는 연평균 5.8%, 일반 자산가는 5.9%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최근 1년 동안(2024년 대비 2025년)의 변화를 보면 이러한 격차는 더욱 극명합니다. 일반 자산가의 수는 2.4% 증가했지만, 초고액 자산가의 수는 무려 20% 급증했습니다. 금융자산 증식률 또한 초고액 자산가가 연평균 9.4%로 일반 자산가(6.2%)나 고액 자산가(4.9%)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부동산 자산에서도 나타나는 부의 재분배
부동산 자산에서도 부자 내부의 양극화는 예외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 부동산 자산 중 일반 자산가의 비중은 50.3%로, 2020년 56.3% 대비 하락했습니다. 반면, 고액 자산가 이상의 그룹은 49.7%를 차지하며 비중이 증가했습니다.
지난 5년간 부동산 자산의 연평균 증가율 역시 고액 자산가 이상 그룹에서 14.3%를 기록하며 일반 자산가(8.9%)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이는 규모가 큰 자산을 보유한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전체 국민 대비 부자의 비중과 의미
현재 한국 부자들의 총 금융자산은 국내 가계 전체 금융자산(5,041조 원)의 60.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58.6% 대비 2.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부(富)의 집중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체 인구 중 부자의 비중은 약 0.92%(47만 6천 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자산은 국내 경제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2011년 0.27%(13만 명)에 불과했던 부자 인구수는 지난 15년간 연평균 9.7%의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인구 증가율(연 0.5%)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부자의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은 단순히 경제 성장을 넘어, 자산 시장의 활성화와 자본 소득 증대가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향후 부의 지형 변화와 시사점
이 보고서의 분석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부의 확산과 집중의 동시 발생: 한국 사회에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1년 13만 명에서 2025년 47만 6천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며 '부의 인구학적 확대'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자산 인플레이션과 유동성 확대로 인한 자산 증식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초고액 자산가의 부상과 내부 양극화: 부유층 내부에서 자산 규모가 클수록 자산 증식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금융자산 300억 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는 다른 그룹을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이며 부의 집중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의 축적 방식과 자산 배분 전략에 따라 상위층 내에서도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보고서는 자산가들이 매년 7~10%씩 자산을 불려 나가는 동안, 자산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계층과의 격차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음을 강조합니다. 특히,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금융 투자와 사업 소득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부동산에만 집중된 자산 구조로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향후에는 자산 배분 전략과 더불어 세대 간 자산 이전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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