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불황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과 유동 인구를 유지하는 이른바 ‘피난처 상권’이 새로운 상권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피난처 상권이란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찾을 수밖에 없는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불황이 닥치면 외식·여가·패션 등 선택 소비는 가장 먼저 위축된다. 반면 의료, 교육, 교통, 생활 필수 서비스와 같이 미루기 어려운 소비는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피난처 상권은 이러한 필수 소비를 기반으로 형성돼 경기 변동에 대한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대표적인 피난처 상권으로는 병원과 약국이 밀집한 의료 상권이 꼽힌다. 건강과 관련된 지출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병원 인근 상권은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유동 인구를 유지한다. 학원가와 학교 인근 상권 역시 교육비 지출이 가계 소비에서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항목이라는 점에서 대표적인 피난처 상권으로 분류된다.
지하철역과 환승 거점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도 피난처 상권의 한 유형이다. 출퇴근과 통학 등 일상적인 이동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멈추지 않기 때문에, 주요 동선에 위치한 상권은 비교적 꾸준한 소비 흐름을 이어간다. 여기에 주거 밀집 지역의 생활형 상권 역시 대형 소비를 줄이는 대신 집 근처에서 소규모·반복 소비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불황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난처 상권의 공통점으로 반복 소비 구조와 생활 동선 밀착성을 꼽는다. 단발성 소비보다는 재방문이 잦고, 가격 부담이 비교적 적으며,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소비가 많다는 점에서 급격한 매출 감소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피난처 상권은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에서 창업자와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기간의 고수익보다는 장기 운영과 생존 가능성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피난처 상권은 불황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버티는 상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