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75화 사라지지 않는 마음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밀어내도 다시 돌아오고, 잊었다 말할수록 더 또렷해지는 마음

그것은 언젠가 다시 펼쳐질 삶의 다음 문장을 준비하는 힘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멀리 밀어내도 다시 돌아오는 감정

살다 보면 마음을 한 번쯤 멀리 떠밀어 보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 것 같고, 당장 붙들기에는 버거운 마음일수록 더 그렇다. 나는 최근 그런 마음을 시로 적어 내려갔다. 

 

밀어내도 다시 돌아오고, 잊었다 말할수록 더 또렷해지는 마음. 아지랑이처럼 잡히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감정이었다. 그 마음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뒤로 물러나 있을 뿐이었다.

 

잊었다고 말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들

“이제는 괜찮아.”
“다 지나간 일이야.”

 

이런 말들을 스스로에게 여러 번 건네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말할수록 마음은 더 분명해졌다. 그림자처럼 내 뒤를 조용히 따라오며, 때로는 숨소리보다 가까이에서 나를 붙들었다. 

 

그 마음은 실패의 잔재도, 미련의 덩어리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직 끝나지 않은 문장, 중간에 멈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루지 못한 꿈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문장

우리는 종종 말한다. “이건 포기한 거야.” 하지만 정말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잠시 내려놓았을 뿐일까. 가쁜 숨에도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처럼, 마음속 어딘가에서 은근히 타오르고 있다면 그건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붙잡기엔 여건이 맞지 않고, 내려놓기엔 너무 또렷한 마음. 그래서 우리는 머뭇거리고, 망설이며 살아간다. 그 망설임 속에 사실은 여전히 살아 있는 열망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시를 쓰며 다시 확인했다.

 

사라지지 않는 마음은 짐이 아니라 신호다

사라지지 않는 마음은 때로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자꾸만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마음은 나를 흔들기 위해 남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마음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었다. 오늘 하루를 살아내게 하는 이유였고,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하는 동력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마음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쥐고 가기로 한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오늘도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나는 오늘도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배우고, 여전히 멈췄다가, 다시 걷는 중이다.하지만 하나는 분명해졌다.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것. 그리고 아직 써 내려갈 문장이 남아 있다는 신호라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마음을 손에 쥔 채 조용히,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지금 정말 포기한 것인가,
아니면 잠시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사라지지 않는 마음은 버려야 할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언젠가 다시 펼쳐질 삶의 다음 문장을 준비하는 힘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사라지지 않는 마음 하나쯤을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마음 덕분에 오늘도 다시 살아간다.

 

* 사라지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꿈이 내 안에 살아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2.16 16:48 수정 2025.12.16 16:49

RSS피드 기사제공처 : 보통의가치 미디어 / 등록기자: 김기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