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 진짜 오르고 있는 걸까?…체감은 여전히 ‘관망 모드’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는 반토막…서울 부동산 시장 ‘눈치보기’ 확산
12월 서울 아파트값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래량은 급감하며 시장 전반에 냉기가 돌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눈치 싸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서부권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의 교육 여건을 고려해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지만, 좀처럼 매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집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얘기에 마음은 급해졌지만, 대출 부담이 워낙 커서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며 “지금 사는 게 맞는지 계속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아파트값 상승 신호에도 불구하고,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관망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보다는 특정 조건을 갖춘 단지에 국한되는 선별적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부동산이 12월 8일 기준으로 집계한 서울 매수세 지수는 13.4로, 10월 27일의 13.8과 비슷한 수준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발표되기 전인 10월 13일에는 매수세가 28.9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지만, 지표상으로는 저점을 지나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거래량은 가격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777건으로 집계되었다. 10월 약 8,500건에 비해 한 달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계약은 줄며 ‘따로 노는’ 시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중개업 현장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시각 차이가 뚜렷하다. 매도자들은 여전히 고점 기대 심리로 가격을 내리지 않는 반면, 매수자들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 속에서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지금은 서로 눈치만 보는 국면”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속속 나오고 있다. 12월 5일에는 마포구 염리동의 ‘마포자이더센트리지’ 전용 84㎡가 24억1,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어 동작구 ‘상도파크자이’ 전용 84㎡도 21억 원, 강서구 마곡동의 ‘마곡힐스테이트’ 84㎡는 17억 원에 손바뀜되었다. 강동구 암사동의 ‘선사현대’ 전용 84㎡는 17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다만, 이런 거래는 입지, 브랜드, 연식이 검증된 아파트에 국한되어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전반적인 반등’이 아닌 ‘선별적 상승’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단지는 제한적이며, 가격 부담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4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기준 대출 가능 금액은 약 6억 원 수준이다. 결국 현금 8억 원가량이 필요해,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매수 진입이 쉽지 않다.
NH농협은행 윤수민 부동산 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은 급등보다는 오름폭이 둔화되는 흐름이어야 하는데, 실거래 가능한 매물이 오히려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소진될 수 있는 매물은 이미 시장에서 상당 부분 빠져나간 상태”라며 “향후 정책 효과와 시장 방향을 판단하려면 연초 이후의 거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