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굿모닝타임스) 강민석 기자 =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송년회와 각종 모임으로 술자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단기간에 과음하게 되는 일이 잦아진다. 그러나 연말의 짧은 폭음만으로도 간에는 큰 부담이 가해지며, 이를 방치하면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지방간 악화, 알코올성 간염, 급성췌장염 등 간담췌계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지방간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스스로 상태를 알아차리기 어렵고,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간 기능 저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말 음주 이후 주의해야 할 초기 신호와 관리 방법에 대해 유성선병원 소화기센터 서의근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술은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간이 받는 부담이 가장 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만성 간질환 환자의 약 15~20%가 알코올성 간질환이 원인으로 조사되며, 이는 만성 B형 간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원인이다. 실제로 전 국민의 음주 패턴 변화로 알코올 간질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알코올은 간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고 지방 축적을 촉진하며, 아세트알데히드와 활성산소 증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염증과 조직 손상을 유발한다. 음주량이 많고 기간이 길수록 손상은 가속화된다.
문제는 간질환의 상당수가 무증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피로, 식욕부진, 소화불량과 같은 비특이적 증상만 호소해 간질환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황달이나 복수는 이미 간 기능이 크게 저하된 뒤에야 나타나는 후기 증상이다. 즉, 연말 폭음 뒤 피로가 오래가거나 명치 부위의 묵직한 통증, 소변 색이 짙어지는 변화가 보인다면 이미 간 손상의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술을 천천히 마시고 음주량을 줄이며, 충분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생활요법만으로는 이미 악화된 간의 염증이나 손상을 회복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만큼, 겉으로 느껴지는 변화가 크지 않아도 내부에서는 손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연말 이후 몸에 평소와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면 전문 진료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간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하는 검사는 혈액검사다. AST와 ALT는 간세포가 손상될 때 혈중 수치가 상승하는 대표적인 지표이며, ALP와 GGT는 담도세포의 손상이나 담즙 정체를 반영한다. 손상이 심해지면 빌리루빈이 증가해 황달이 나타날 수 있고, 간의 단백질 합성 기능을 보여주는 알부민 수치가 감소하기도 한다. 혈액응고 인자 생성이 저하되면 프로트롬빈 시간(PT)이 길어지는 변화도 관찰된다. 이처럼 개별 수치보다 여러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정확한 판단에 도움이 된다.
연말 음주로 인한 간 손상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초기 신호를 무심히 넘기면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진행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말 술자리 이후 평소와 달리 피로가 쉽게 쌓이거나 명치 부위에 통증이 느껴질 경우, 소화기내과에서 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바쁜 연말 일정 속에서도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잠시 귀 기울인다면, 한 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하고 건강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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