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방울로 희망을 그리는 한국 서양화가 조로사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 3대 아트페어 'Art Miami Context 2025'에 신작 2점을 출품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35회를 맞은 아트마이애미는 전 세계 160여 갤러리가 참가하는 현대·근현대 미술 최대 장터로, 블루칩 컬렉터와 주요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찾는 검증의 무대다. 조로사는 이번 페어에서 대표작 〈라퓨타_6〉(145.5×112cm)와 〈라퓨타_7〉(90.9×60.6cm) 두 점을 선보였다. 비누방울이라는 상징을 통해 순간과 영원이 공존하는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답게, 〈라퓨타_6〉는 2일 VIP 프리뷰 때부터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화제를 모았다.
〈라퓨타_6〉은 거대한 비누방울 속에 부유하는 섬을 그린 작품이다. 이끼로 뒤덮인 고대 암석과 폭포, 수많은 비누방울이 무중력 상태로 떠다니는 초현실적 풍경을 담았다. 작가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라나는 이끼는 생명의 지속성을, 금방 사라질 듯한 비누방울은 순간의 덧없음을 상징한다"며 "둘을 대립시키지 않고 공존시켜 삶이 지속과 소멸의 순환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명 '라퓨타'는 "희망을 품으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작가의 예술철학을 담았다.
미술비평가들은 조로사의 작업을 "기술적 완성도와 철학적 깊이를 겸비한 수작"으로 평가했다. 펠드먼 미술비평 방법론으로 작품을 분석한 한 비평가는 "사실주의적 묘사력으로 초현실주의 공간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며 "이끼의 질감과 비누방울의 투명성 표현에서 유화 물성을 완벽히 제어한 기량이 드러난다"고 했다.
특히 작품의 '대비와 조화' 구조에 주목했다. 거칠고 밀도감 있는 이끼와 매끄러운 비누방울의 질감 대비로 '시간의 무게'와 '순간의 자유'를 시각화했고, 밝은 하늘과 어두운 심연의 수직 구성으로 희망과 현실의 역동적 균형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한 미국인 컬렉터는 "작품 앞에 서니 중력이 사라지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며 "이끼와 비누방울 같은 단순한 소재로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온 큐레이터는 "마그리트나 달리 같은 초현실주의 거장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독창적 모티프로 자신만의 상징체계를 구축했다"며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라퓨타 시리즈'로 일관된 작가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비평계는 "조로사는 관람자의 내면에 새로운 세계를 축조하는 화가"라며 "그가 그린 라퓨타는 캔버스뿐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떠오르는 희망의 도시"라고 했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치유의 서사를 제공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작품이 관람자에게 현실의 무게를 내려놓고 가능성과 희망의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조로사는 일상 속 평범한 소재를 비현실적 공간에 배치해 현실과 꿈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다. 이끼와 비누방울을 핵심 모티프로 생명의 지속성과 순간성, 결핍과 가능성을 시각화하는 '라퓨타 시리즈'로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아트마이애미는 1989년 시작돼 35년간 마이애미 아트위크를 대표하는 페어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비스케인 베이의 헤럴드 플라자에서 런던, 파리, 서울 등 전 세계 주요 갤러리가 참가한 가운데 수만 명이 방문했다. 이번 참가로 조로사는 국제 미술무대에서 한국 현대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글로벌 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자료] 조로사 〈라퓨타_6〉 전문 비평문 전문(全文)
중력을 거스르는 희망의 시학(詩學): 조로사의 〈라퓨타_6〉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무는 화가, 조로사의 신작을 만나다
I. 서술(Description): 불가능이 해체된 세계
캔버스 위에 펼쳐진 145.5x112cm의 유화 작품 〈라퓨타_6〉(2025)는 관람자를 중력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 초현실적 우주로 초대한다. 화면 중심에는 거대한 비누방울 막에 감싸인 부유하는 섬이 있다. 이 섬은 이끼로 뒤덮인 고대의 암석, 쏟아져 내리는 폭포, 그리고 평화로운 산맥이 공존하는 하나의 완결된 세계다.
섬의 윗부분은 맑은 청록빛 하늘과 흰 구름이 어우러진 낮의 풍경을, 아래로 내려갈수록 어둠이 깃든 밤의 우주로 전환된다. 섬을 둘러싼 투명한 대기권 안팎으로 크고 작은 비누방울들이 떠다니며, 섬의 하단 중앙에서는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듯한 '빛의 문'이 은은하게 발광한다. 이끼로 뒤덮인 나뭇가지와 바위 조각들이 무중력 상태로 부유하고, 반투명한 곡선의 기류가 전체 공간을 유려하게 감싸 안는다.
이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현실의 물리 법칙을 넘어선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이며, 꿈과 현실이 자연스럽게 중첩된 조로사만의 우주적 무대다.
II. 분석(Analysis): 대비와 조화로 직조된 생명의 리듬
조로사는 대비(Contrast)와 조화(Harmony)라는 조형 원리를 통해 작품에 깊은 철학적 긴장을 부여한다.
첫째, 질감의 변증법이다.
유화 특유의 밀도감 있는 붓 터치로 표현된 이끼는 거칠고 축적된 질감을 통해 '시간의 무게'와 '생명의 지속성'을 체현한다. 반면 매끄럽고 투명하게 처리된 비누방울은 '순간의 덧없음'과 '가벼운 자유'를 시각화한다. 이 상반된 질감은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화면 안에서 유기적으로 순환하며, 지속성과 순간성이라는 개념적 긴장을 시각적 언어로 정교하게 번역한다.
둘째, 공간의 역동적 구성이다.
화면을 감싸는 투명한 구체와 유선형의 기류는 시선을 중앙의 섬으로 집중시키며 안정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상단의 밝은 하늘과 하단의 어두운 심연을 수직으로 배치하여 상승(희망)과 하강(중력, 현실)의 역동적 균형을 만들어낸다. 이는 전통적 풍경화의 삼단 구성을 연상시키지만, 중력의 해체를 통해 전혀 새로운 공간 감각으로 전환된다. 공간은 고정된 배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장(field)이 되며, 존재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우주적 무대로 기능한다.
셋째, 색채의 전략적 운용이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녹색과 깊은 청색 계열이 주조를 이루며 명상적 분위기를 조성하되, 중심부에 배치된 황금빛 '빛의 문'은 시각적 펀치(Visual Punch) 역할을 하며 작품의 핵심 메시지인 '희망'을 강렬하게 환기시킨다. 빛은 특정 방향에서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화면 내부에서 은근히 발광하며, 이끼와 비누방울을 연결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III. 해석(Interpretation): 생명의 이중성을 화해시키는 시각적 철학
조로사의 작업은 단순한 초현실적 장면을 넘어 생명의 본질에 대한 시각적 성찰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이끼와 비누방울이라는 두 모티프를 통해 삶의 이중성—강인함과 덧없음, 지속과 소멸, 결핍과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이끼는 척박한 곳에서도 끊임없이 자라나는 생명의 상징이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시간을 축적하고, 회복력과 강인함을 체현한다. 반면 비누방울은 찰나에 사라질 운명을 지닌 존재로서, 순간의 아름다움과 불확실성을 환기한다. 그러나 조로사는 이 둘을 대립적 개념으로 분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일한 공간 안에서 공존시키며, 하나의 생명 순환 속에서 서로를 보완하고 화해시킨다.
특히 비누방울 속 '빈 공간'은 단순한 공허가 아니라 결핍이자 동시에 가능성의 장소다. 아무것도 없지만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이 역설적 공간은, 아직 규정되지 않은 미래와 상상의 여백을 상징한다. 작품 하단의 '빛의 문'은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발견해야 할 내면의 출구이자, 가능성으로 통하는 입구로 해석된다.
작품 제목 '라퓨타(Laputa)'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속 공중도시이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환상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하늘에 떠 있는 섬, 땅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부유하는 그 세계는 현실의 한계를 초월한 희망과 가능성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조로사는 이를 통해 "희망을 품고 있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현실의 중력이 아무리 무거울지라도, 희망을 품은 존재는 라퓨타처럼 부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생성과 소멸, 생명과 죽음, 순간과 영원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그 안에서 새로운 조형적·철학적 질서를 구축한 시각적 알레고리다.
IV. 평가(Judgment): 동시대 회화가 도달한 시적 성취
〈라퓨타_6〉은 기술적 완성도, 철학적 깊이, 그리고 시대적 공감력을 동시에 성취한 수작(秀作)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조로사는 사실주의적 묘사력(Realism)을 기반으로 초현실주의적 공간(Surrealism)을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 이끼의 미세한 질감, 비누방울의 투명성과 반사광, 물의 흐름과 안개의 표현은 유화 물성을 완벽히 제어한 숙련된 기량을 증명한다. 이는 단순히 '잘 그린 그림'을 넘어, 회화적 환영(Illusion)을 통해 비현실을 현실처럼 믿게 만드는 회화 본연의 힘을 보여준다.
내재적 의미 측면에서, 이 작품은 현대인에게 절실히 필요한 '치유의 서사'를 제공한다.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섭리를 통해 죽음과 허무를 부정적인 것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 나아가 작품이 전하는 "불가능이 없는 세계"라는 희망의 메시지는 관람자로 하여금 현실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심리적 해방감을 경험하게 한다.
미술사적 측면에서, 조로사는 마그리트나 달리 같은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이끼와 비누방울이라는 독창적 모티프를 통해 자신만의 상징 체계와 서사적 우주를 구축했다. 이는 단발적 이미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심화될 수 있는 일관된 작가적 정체성을 증명하며, 동시대 회화 안에서 분명한 좌표를 확보한다.
사회적 기능 측면에서, 이 작품은 관람자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가능성'이라는 씨앗을 발아시키는 힘을 지닌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과 희망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수행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역할이다.
V. 총평: 조로사, 불가능을 축조(築造)하는 화가
조로사의 〈라퓨타_6〉는 현실과 꿈, 순간과 영원, 결핍과 가능성이 하나의 우주적 리듬으로 호흡하는 회화적 시(詩)다. 작가는 익숙한 일상의 소재—이끼, 비누방울, 물—를 비현실적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 작품이 묻는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이 자리 역시, 하나의 라퓨타가 될 수 있지 않은가?"
중력을 거스르는 섬처럼, 우리의 삶도 희망을 품는 순간 불가능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 조로사는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의 내면에 새로운 세계를 축조하는 화가다. 그가 그려내는 라퓨타는 캔버스 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희망의 도시이기도 하다.
회화가 여전히 사유와 위로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예술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전환하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조로사의 〈라퓨타_6〉은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