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톡 친구탭을 열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평소 대화를 나누지 않던 직장 상사의 주말 사진이 먼저 보였고, 정작 연락하려던 친구는 한참을 찾아야 했다. 익숙했던 가나다순 목록은 사라졌고, 친구탭은 어느새 SNS 피드처럼 변해 있었다. 혼란은 개인의 불편을 넘어 집단적인 반발로 번졌다.
결국 카카오는 대규모 개편을 단행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방향을 틀었다. 9월 적용된 친구탭 개편을 12월 15일부터 사실상 철회하며, 이전과 유사한 목록형 구조를 다시 기본값으로 돌렸다. 겉으로는 ‘개선’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후퇴라는 평가가 나왔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수치로 확인됐다. 개편 이후 한 달 만에 카카오톡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선물하기 거래액이 100억 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친구 생일 확인이라는 자연스러운 소비 동선이 무너지자, 결제까지 이어지던 흐름이 함께 끊긴 것이다. 사용자 경험의 작은 균열이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타격은 컸다. 앱 평점 하락과 시가총액 변동 역시 같은 흐름을 반영했다.
이용자 반발의 본질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섰다. 문제는 ‘원치 않는 연결’이었다. 업무상 맺은 관계, 오래된 연락처, 사실상 소통이 없는 인물의 사적 이미지가 의도와 상관없이 노출되면서 심리적 피로가 누적됐다. 온라인에서는 “부장님 프사 그만 보고 싶다”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카카오는 서로 다른 사회적 관계를 하나의 피드로 묶었고, 이는 메신저를 업무와 생활의 도구로 사용하는 다수 이용자의 기대와 어긋났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카카오는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완전한 이전 버전 복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신 친구탭 화면을 목록형과 격자형 중에서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기본값은 목록형으로 설정했고, 피드형 콘텐츠는 ‘소식’ 메뉴로 분리했다. 후퇴를 인정하면서도 선택권 확대라는 메시지를 내세운 셈이다. 사용자 불만을 누그러뜨리면서도 기술적 현실과 기업의 체면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사용성에 있었다. 친구탭의 핵심 기능은 단순하다. 연락할 사람을 빠르게 찾는 것이다. 수년간 축적된 가나다순 목록 사용 습관은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전 연령대가 공유해 온 인터페이스의 약속이었다. 이 약속이 깨지자 혼란은 커졌다.
특히 시니어 이용자에게 변화의 충격은 더 컸다. 이미지 중심의 화면 구성과 줄어든 글씨는 접근성을 낮췄고, 카카오톡을 익숙한 도구에서 부담스러운 앱으로 바꿔 놓았다. 매일 찾던 동네 마트가 갑자기 구조를 바꿔 필수품을 구석으로 옮긴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단골은 길을 잃었고, 일부는 발길을 돌렸다.
이번 친구탭 개편 논란은 거대 플랫폼이라 해도 서비스의 본질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기능 확장과 체류 시간 증대라는 목표가 메신저의 핵심 가치와 충돌할 때, 사용자는 즉각 반응했다.
이번 사례는 UX 변화가 수익 구조와 사용자 신뢰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줬다. 플랫폼 개편 시 핵심 사용 시나리오와 이용자 감수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카카오톡 친구탭 사태는 국민 앱이라 불리는 서비스도 사용자의 기본 습관과 정서를 무시하면 빠르게 외면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더 많은 기능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매일 반복해 온 가장 기본적인 행동을 지켜주는 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