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보다 시급한 것: AI 시대, 진짜 격차는 ‘비판적 사고’에서 온다

기초 업무의 실종: ‘숙련’으로 가는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다

수치로 본 역설: 기술적 능통성(Fluency)보다 희소해지는 ‘인간의 판단력’

생존 전략: AI를 ‘자판기’가 아닌 ‘스파링 파트너’로 대우하라

“우리는 AI에게 명령은 내릴 줄 알지만, 스스로 사고하는 법은 잊어버린 세대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근 포춘 500대 기업 임원들과 학계, 심지어 AI 연구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공통된 우려다. 현재 산업계는 프롬프트 작성법이나 챗GPT(ChatGPT) 활용법 같은 ‘AI 기술’ 습득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데 급급할수록, 본질적인 질문 하나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도구는 마스터했지만, 그 이면의 사고력을 잃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AI라는 화려한 유행어 뒤에 숨겨진 진짜 위기와 기회를 심층 분석했다.

‘단순 업무’가 사라진 자리, 전문가 성장판도 닫히나

지난 수십 년간 커리어의 성장은 익숙한 패턴을 따랐다. 법조계의 신입 변호사는 방대한 문서를 검토하며 법리를 익혔고, 금융계 신입 사원은 수많은 엑셀 모델링을 거치며 시장 감각을 키웠다. 마케팅과 저널리즘 분야 역시 단순한 팩트 체크와 요약 업무가 신입들의 통과 의례였다.

과거 ‘단순 반복 업무(Grunt Work)’로 치부되던 이 과정은 사실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패턴 인식, 판단력, 그리고 비판적 사고라는 ‘지적 근육’을 단련하는 필수적인 훈련 과정이었다. 작은 결정들을 수없이 반복하며 훈련된 이들만이, 훗날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이 기반을 흔들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은 수백 페이지의 보고서를 순식간에 요약하고, AI 코파일럿은 초안 작성부터 코딩까지 주니어 직원의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최근 포춘(Fortune)의 분석에 따르면, 다수의 경영진은 현재의 ‘AI 기술 격차’가 도구 활용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날카로운 사고력과 심도 있는 판단력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AI가 기초 업무를 대신하면서, 미래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의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기초 체력 훈련 없이 곧바로 실전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와 다를 바 없다.
 


AI 능통성의 폭발적 증가,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가치’

물론 AI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노동 시장이 AI와 로봇, 인간의 협업 구조로 효과적으로 재편될 경우 2030년까지 최대 2조 9천억 달러(약 3,800조 원)의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채용 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채용 공고에서 ‘AI 능통성(AI Fluency)’을 요구하는 비율은 약 7배 급증했으며, 이미 8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AI 관련 기술을 요하는 직무에 종사하고 있다.

기업들은 챗GPT로 자료를 조사하고,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며, AI 에이전트와 협업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있다. 맥킨지는 코칭, 협상,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술’이야말로 자동화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즉, AI가 이메일 초안은 작성해 줄 수 있어도 ‘어떤 싸움을 피하고 어떤 협상에 나설지’는 결정해 주지 않는다. 전략 기획서는 만들어 줄 수 있어도, 그 전략이 실패했을 때의 책임은 인간의 몫이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인간이 해야만 하는 일 사이의 간극, 바로 그곳에 ‘비판적 사고’가 존재한다.

교육과 마케팅 현장의 딜레마: 버튼을 누를 것인가, 질문을 던질 것인가

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긴장감은 감지된다. 최근 디지털 프로미스(Digital Promise)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IBM의 스킬스빌드(SkillsBuild) 같은 플랫폼을 통해 많은 학생이 AI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이는 기술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교육의 초점이 단순히 ‘도구 사용법’에만 머문다면, 우리는 예의 바른 ‘버튼 조작자’를 양성하는 데 그칠 수 있다. “마케팅 계획을 챗GPT로 짤 수 있다”는 것과 “이 계획이 우리 브랜드 철학에 부합하며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전자가 AI 기술이라면, 후자는 비판적 사고다.

비즈니스 현장도 마찬가지다. 마케팅프로프스(MarketingProfs)의 최근 AI 업데이트에 따르면, 챗GPT는 하루 약 25억 건의 프롬프트를 처리하며 검색 엔진을 대체하고 있다. 마케팅의 문법이 ‘검색 키워드 최적화’에서 ‘대화형 AI 여정 설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AI는 수백 개의 광고 카피를 단 몇 초 만에 생성한다. 하지만 그중 어떤 것이 윤리적이고, 브랜드 이미지에 부합하며, 장기적으로 유효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인간의 비판적 사고뿐이다.
 



조용한 경제적 위기: “중간 허리가 사라진다”

기업 입장에서 AI를 통한 단순 업무 대체는 단기적으로 매력적이다. 비용은 줄고 속도는 빨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사다리의 밑단을 AI가 차지한다면, 누가 위로 올라가는 법을 배우겠는가?”

경영진들은 기업 내 인재 파이프라인의 ‘중간 허리’가 비어버리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산출물이 빠를지 몰라도, 10년 뒤 깊이 있는 통찰력과 판단력을 갖춘 시니어 리더가 고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엘리트 교육을 받은 소수만이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나머지 대다수는 단순히 AI에게 프롬프트만 입력하는 ‘양극화된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와 맞닿아 있다.

AI 시대의 새로운 경쟁력, ‘질문하는 힘’

최근 벤튼 연구소(Benton Institute)가 발행한 정책 다이제스트를 포함해, 전문가들의 의견과 데이터를 종합하면 결론은 명확하다. AI 도구는 보편화되고 있으며, 기술적 접근성은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AI가 강력해질수록 희소해지는 자원은 ‘인간의 고유한 판단력’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AI 사용자’에서 ‘AI 사고자(Thinker)’로 전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실천적 해법을 제시한다.

1. 의도적 불편함을 감수하라: AI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때로는 직접 계산하고 초안을 작성하며 ‘기초 근육’을 유지해야 한다.
2. ‘무엇’이 아닌 ‘왜’를 설명하라: AI가 내놓은 결과물에 대해 그 논리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3. AI를 스파링 파트너로 활용하라: 정답을 요구하는 대신, 반론을 제기하게 하거나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게 하여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로 써야 한다.

AI는 생각하는 과정을 대체하러 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생각이 가치 있는지를 가려내는 기준을 높이러 온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내가 놓치고 있는 가장 아픈 질문은 무엇인가?”

이제 당신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AI의 결과물을 언제 신뢰하고, 언제 의심하며, 언제 과감히 무시하고 자신의 직관을 믿을지 아는 능력에 달려 있다. 도구는 활용하되, 그 뒤에 있는 ‘생각하는 자아’를 지키는 것. 그것이 AI 시대, 우리가 가져야 할 진짜 초능력이다.

 

 

작성 2025.12.15 09:42 수정 2025.12.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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