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지만, 방바닥에 앉는 방식만큼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인은 다리를 꼬아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는 '양반다리'를 편안함의 상징으로 여기는 반면, 일본인은 무릎을 꿇고 발뒤꿈치 위에 엉덩이를 얹는 '정좌(세이자)'를 예절의 기본으로 삼는다.
흥미로운 점은 수십 년간 반복된 이 사소한 습관의 차이가 노년기의 체형과 걸음걸이, 그리고 앓게 되는 질병의 종류까지 바꿔놓는다는 사실이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앉는 자세는 뼈와 근육이 굳어지는 거푸집과 같다"고 말한다.
한국의 할머니들이 유독 'O자 다리'로 뒤뚱거리는 것과 일본 노인들이 무릎을 펴지 못해 종종걸음을 걷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본지는 한일 양국의 좌식 습관이 초래하는 의학적 진실을 심층 분석했다.

'양반다리'의 배신, 한국인의 무릎이 무너진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양반다리(가부좌)'는 관절 건강의 측면에서 보면 '가장 피해야 할 자세' 1순위로 꼽힌다. 이 자세를 취하려면 고관절을 과도하게 바깥으로 돌려야 하고, 무릎은 130도 이상 꺾이게 된다. 문제는 이때 무릎 관절의 안쪽에 가해지는 압력이다. 양반다리를 하는 순간 무릎 안쪽에는 체중의 7배에 달하는 하중이 쏠린다.
이러한 자세가 수십 년간 지속되면 무릎 안쪽 연골만 집중적으로 닳게 된다. 그 결과 허벅지 뼈와 정강이 뼈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며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는 '내반슬(O자 다리)' 변형이 온다.
한국의 중년 여성들에게서 유독 O자 다리가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쪼그려 앉는 가사 노동과 양반다리 문화가 결합된 결과다. 또한 엉덩이 근육인 이상근이 긴장하여 좌골신경을 압박, 다리 저림을 유발하는 '이상근 증후군'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편안하다고 느끼는 그 자세가 실상은 골반을 틀어지게 하고 무릎 연골을 갉아먹는 침묵의 파괴자였던 셈이다.

일본의 '정좌', 척추는 살리고 무릎은 죽인다.
그렇다면 일본의 '정좌'는 안전할까? 일본식 정좌는 한국의 양반다리에 비해 골반이 뒤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여 요추(허리뼈)의 전만 곡선을 유지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기 쉬운 자세라는 뜻이다. 그러나 무릎과 발목 관절에는 가혹한 형벌과도 같다.
정좌 자세는 무릎을 140도 이상, 거의 완전히 접는 과굴곡 상태를 유지한다. 이 상태에서는 무릎 앞쪽의 슬개대퇴 관절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고, 무릎을 지지하는 인대가 과도하게 늘어난다. 일본 노인들에게서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 '굴곡 구축'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혈액순환이다. 체중이 종아리와 발목을 짓누르기 때문에 하지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어 심각한 저림 증상이나 하지정맥류를 악화시킬 수 있다. 발목 앞쪽 인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발등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일본식 좌식 생활이 낳은 병폐 중 하나다.

생활 습관이 만든 '질환의 국경선’
결과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병원 대기실 풍경은 미묘하게 다르다. 한국의 정형외과는 무릎 안쪽 통증을 호소하며 절골술(휜 다리 교정술)을 상담하는 환자가 줄을 잇는 반면, 일본은 무릎 앞쪽 통증과 무릎이 굳어 펴지지 않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한국의 경우 양반다리로 인한 골반 불균형이 척추 협착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일본은 정좌 후 일어날 때 발생하는 급격한 혈류 변화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이나 낙상 사고가 잦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양국 모두 좌식 생활을 오래 한 그룹이 입식 생활(의자 사용) 그룹에 비해 퇴행성 관절염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의 형태는 다르지만, '바닥에 앉는 행위' 자체가 인간의 관절이 감당하기 힘든 부하를 준다는 점에서는 양국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결론이다.
'한국인의 O자 다리'와 '일본인의 굳은 무릎'은 문화가 몸에 새긴 나이테와 같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관절을 혹사시키는 습관은 과감히 버려야 할 때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최고의 좌식 자세는 없다, 의자에 앉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불가피하게 바닥에 앉아야 한다면 한국인은 방석을 반으로 접어 엉덩이를 높여 무릎 굴곡을 줄이고, 다리를 자주 펴주어야 한다. 일본식 정좌를 해야 한다면 엉덩이와 발 사이에 보조 의자를 끼워 하중을 분산시켜야 한다. 좌식에서 입식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가구 배치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노년이 지팡이에 의존할 것인지, 두 다리로 당당하게 걸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건강 혁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