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면, 그 중심에는 단연 ‘AI’가 있었다. 대화의 서두에, 정책의 문장에, 기업의 전략 보고서에 AI는 거의 의례적으로 등장했다. AI는 기술을 넘어 담론이 되었고,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기능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AI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었을까.
필자는 이 질문을 안고, 한 해 동안 전국을 누볐다. 지자체의 부름에 따라 지역 교육 현장으로 향했고, 관공서의 요청에 응해 강단에 섰다. 명함은 ‘AI 교육 강사’였지만, 실제 역할은 훨씬 복잡했다. 어떤 날은 구글 계정 로그인을 돕는 IT지원자였고, 또 어떤 날은 허탈한 표정의 수강생을 위로하는 상담자였다.

교육장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실체를 마주하는 공간이었다. 대부분의 수강생은 AI를 잘 몰랐다. 아니, 몰라야 했다. 바쁜 생업에, 당장의 수입이 걸린 생존 앞에서 AI는 너무 먼 이야기였다. “이걸 왜 배워야 하죠?”, “그냥 알아서 해주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교육 시스템 자체였다. 콘텐츠는 화려했지만, 맥락이 없었다. AI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그치고, 이를 실제로 어떻게 쓸 수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1인 기업가나 자영업자에게는 ‘그럴듯한 기술’보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은 그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필자 역시 매번 교육장을 나설 때마다 허탈함을 느꼈다. 관공서나 지자체는 교육생 모집이 안 돼 허둥지둥 준비하고, 아이디 비밀번호조차 모르는 현실 속에서 ‘최신 기술’은 그저 공허한 언어였다. 출장 시간에 맞추어 식사조차 챙기지 못한 어느 날, 강의를 마친 뒤 거울 속 자신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서, 필자는 방향을 틀기로 결심했다. 기존 교육 방식을 반복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제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언론기관 부설 ‘AI 평생교육 아카데미’다.
이 아카데미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필자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낸 실전형 플랫폼이다. 이론은 짧고 명확하게, 실습은 현장 중심으로. 무엇보다 1인 기업가와 지역 상권 종사자를 위한 맞춤형 콘텐츠가 핵심이다. 유튜브 영상 기획, AI 도구를 활용한 자동화 마케팅, 지역 비즈니스에 특화된 생성형 AI 활용법 등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게 돕는다.
또 하나의 특징은 ‘미디어 활용’이다. AI는 텍스트를 넘어 영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필자는 늘 영상 편집의 필요성을 절감해왔고, 이제는 이를 아카데미 교육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마을 방송국, 로컬 미디어와 연계해 교육이 콘텐츠로 확산되고, 그것이 다시 교육생의 브랜드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과제가 남는다. ‘지적 콘텐츠의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콘텐츠를 무료로 내주었다. 퀄리티 있는 정보와 노하우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구조는, 결국 콘텐츠 생산자의 소진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필자의 해법은 ‘팬덤 기반 유튜브 아카데미’다. 단순한 구독자가 아니라, 콘텐츠의 가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팬층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교육은 더 이상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다. 함께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모델이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은 단순히 수익 모델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일수록, 교육은 더 천천히 깊어져야 한다. 단기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설계된 콘텐츠만이 진짜 변화를 만든다.
결국 우리는 지금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AI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변화는 ‘교육’이다. 필자는 단언한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교육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그리고 그 교육은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한다.
2026년을 준비하는 지금, 필자는 더는 강사가 아니다. 실전형 AI 교육 생태계를 기획하는 ‘디자이너’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그리고 그 생태계는 단지 콘텐츠로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갈 변화가 핵심이다.
기술은 계속 바뀐다. 하지만 인간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교육의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왜 배우는가를 묻는 교육. 그것이 진짜 AI 시대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