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음 수가 적은 사람일수록 파킨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하루 1000보만 더 걸으면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약 8%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단순한 걸음 수 변화가 신경퇴행성 질환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빅 데이터 연구소(Big Data Institute) 인구보건과의 아니야 토피왈라 교수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 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를 추적해 얻은 결과다.
참가자들은 손목형 활동 추적기를 착용하고 하루 걸음 수, 활동 강도, 수면 패턴 등을 기록했으며, 이후 파킨슨병 진단 여부와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하루 평균 4000보 이하로 걷는 사람은 1만 보 이상 걷는 사람보다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약 1.5배 높았다. 특히 1000보씩 걸음 수가 늘어날 때마다 발병 위험은 평균 8%씩 감소했다.
연구진은 “걸음 수는 신경 기능 저하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생체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스마트워치나 휴대폰의 걸음 수 기록만으로도 파킨슨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세포가 서서히 사라지며 손떨림, 경직, 느린 움직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국내에서도 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2~3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며, 완치보다는 진행 억제가 치료의 핵심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걷기 운동은 뇌 혈류를 촉진하고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꾸준한 걷기는 체온과 심박수를 안정화시켜 뇌 신경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신경과 전문의는 “복잡한 운동보다 일상적인 걷기가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이라며 “하루 20~30분 정도, 약 7000~8000보를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지속적인 신체 활동은 파킨슨병뿐 아니라 치매, 뇌졸중 등 다른 뇌질환의 위험도 낮추는 공통된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향후 걸음 속도, 보폭, 균형감각 등 세부적인 보행 패턴이 파킨슨병의 초기 징후를 예측하는 지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걷기 데이터가 단순 건강 측정을 넘어 조기 진단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시된 셈이다.
결국 이번 연구는 ‘매일 걷기’라는 단순한 생활습관이 신경질환 예방의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 1000보, 단 몇 분의 추가 걸음이 ‘뇌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결정적 습관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