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히 시작된 한 사람의 역사
2015년 12월 4일은 내 인생의 첫 연애가 시작된 날이다. 그리고 그 연인은 지금도 같은 집에서 같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 바로 아내다. 그날의 공기는 아직도 또렷하다. 긴장했고, 떨렸고, 무슨 말을 했는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사람과는 뭔가 다르다”는 감정만은 분명하게 남아 있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가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섰다.
또 하나의 숫자, 3,000일
지난 화요일은 또 하나의 기념일이었다. 결혼 3,000일.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3,000이라는 숫자가 어느새 조용히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주말에 아내, 아들, 그리고 나 셋이서 평소처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거창한 이벤트는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평범한 식탁이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는다.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시간이었다.
기념일이 남기는 진짜 의미
사실 10주년이든 3,000일이든 달력 위에서는 그냥 하루일 뿐이다. 지나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평범한 하루. 그러나 기념일이란, 함께 걸어온 시간을 한 번 멈춰 서서 돌아보라는 신호에 가깝다.
“여기까지 잘 왔다”, “앞으로도 같이 가보자”는 무언의 합의. 그래서 나는 ‘그냥 지나가는 기념일’일수록 오히려 더 마음을 쓰고 싶어진다.
사랑은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 나는 사랑이 꼭 대단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퇴근 후 안부를 묻고, 아이를 재우고, 하루를 정리하며 나누는 몇 마디 말. 그 속에서도 충분히 사랑은 자라고 있었다.
10년 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평범한 하루를 함께 지나왔다. 웃던 날도 있었고, 서운했던 날도 있었고, 버거웠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날이 모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한 장면이 남기는 예감
그날 식사 자리에서 아들이 웃으며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도 언젠가는 또 하나의 기억이 되겠구나.”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하루를 기록으로 남긴다. 지나고 나면 다 잊힐 것 같지만, 글로 남기면 다시 꺼내 볼 수 있으니까.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기념일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인가,
아니면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사람인가.
기념일은 특별해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지나왔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그냥 지나가는 기념일일지라도,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 하루는 충분히 특별하다. 나는 그렇게 믿으며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조용히 기록한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