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고 식자재 유통 시장에 뛰어든 남성이 있다. 첫째 딸의 이름을 걸고 창업에 나선 (주)서은(瑞殷, 복이 많다는 뜻)의 김기석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8년간 쌓아온 B2B 식품 영업 경험을 기반으로 사업 첫해 1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업계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분명했다. "식품은 사람의 삶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식품 원료를 찾고 공급하는 일에 대한 흥미가 그를 움직였다. 뷔페, 치킨, 버거, 피자, 카페 등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에 냉동·상온 농수산물과 토핑류를 공급하며 쌓아온 실무 경험은 그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다. 강한 자기 색깔과 의견을 지닌 그의 성향은 직원으로서의 한계를 분명히 느끼게 했고, 자신의 판단과 철학대로 움직일 수 있는 길은 사업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족의 지지도 그의 결단에 힘을 실었다.
안정된 생활을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두려움을 이겨냈다. 매일 시장을 관찰하고 고객사의 니즈를 분석하며 빠르게 솔루션을 찾는 태도는 창업 초기 그를 가장 크게 뒷받침했다.
(주)서은 의 슬로건은 ‘글로벌 식자재, 최상의 품질을 테이블에’이다. B2B 식품 시장에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절대적인 요소다. 김 대표는 제조공장 실사는 물론 FSSC22000, BRC, HACCP 등 국제 식품안전 규격 충족 여부를 직접 확인한다. 실제로 현재 지미존스 샌드위치에 공급 중인 구운버섯과 볶음양파는 미국 글로벌 인스파이어 브랜즈(Global Inspire Brands)의 까다로운 품질 오딧(Audit)을 통과해야만 가능했던 납품 사례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국내 제품만으로는 단가를 맞추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가별로 강점을 지닌 원료를 찾아 해외 제조사 및 국내 수입사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주)서은 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혁신적인 식자재 솔루션을 통한 요리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수급 불안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그는 제철에 수확한 식자재를 가공해 품질을 유지한 채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미래 식품 산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외식 브랜드는 맛뿐 아니라 조리 효율성, 시간 단축, 오퍼레이션 단순화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서은은 고객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창업 첫해 그가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서은의 식자재가 고객사의 제품이나 광고에 등장하고 소비자들이 맛있게 즐기는 모습을 직접 볼 때였다. 그는 “단순히 이윤을 쫓기보다 새로운 맛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매입 자본이 부족해지는 현실을 절감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업은 결국 인맥’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 함께 고민해 준 지인들의 경험과 조언은 위기 극복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소자본, 무재고로 시작해 처음 몇 년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다양한 고객사의 도움으로 1년 만에 약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대기업의 코드를 잇달아 확보하는 성과도 올렸다.
2026년, 김기석 대표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식자재를 수입·유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며, 개발이 완료된 여러 아이템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B2C 온라인 사업 확장을 통해 개인 소비자들에게도 새로운 조리 경험과 맛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의 중장기 목표는 분명하다. 고객사가 문제를 느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업, 가장 빠르게 솔루션을 제안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것이 김대표의 포부다. 다양한 아이템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구원투수 같은 회사’가 되는 것, 이것이 (주)서은이 그리고 있는 미래다.

같은 업종의 중장년 예비 창업자들에게 그는 한 문장으로 조언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했지만, 만약 꼭 해야한다면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누가 알아서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서은 김대표에 말에서 자신감이 묻어난다.
마지막으로 (주)서은 이라는 사명에 대해 묻자 그는 ‘딸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품질에서 타협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고 답했다. ‘복이 많다’는 딸의 이름처럼, 그의 도전이 대한민국 식자재 산업에 새로운 복과 가능성을 가져올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