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뉴스 요약 AI 실험, 상생인가 포식인가
“검색 엔진이 모든 내용을 요약해 준다면, 사용자가 굳이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할 이유가 있는가?”
최근 구글이 뉴스 파트너사 페이지 내에서 시범 운영 중인 ‘AI 기반 기사 개요(AI-powered article overviews)’ 기능을 두고 미디어 업계에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독자의 편의를 돕는 혁신처럼 보이지만, 심층적으로는 인터넷의 근간인 ‘오픈 웹(Open Web)’ 생태계의 중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구글의 AI가 정보의 ‘최종 목적지’가 되고 원작자인 언론사는 단순한 ‘데이터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구글은 무엇을 실험하고 있나
현재 구글은 ‘슈피겔(Der Spiegel)’, ‘엘 파이스(El País)’, ‘가디언(The Guardian)’ 등 글로벌 유력 언론사와 협력하여 구글 뉴스 페이지 내에서 AI 요약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핵심은 사용자가 언론사 원문 링크를 클릭하기 전에 AI가 해당 기사의 맥락과 핵심 내용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구글 측은 이 실험에 참여하는 언론사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디오 브리핑 ▲선호 매체 우선 노출(Preferred Sources) ▲심층 문맥 정보를 제공하는 ‘AI 모드’ 등을 통해 뉴스 소비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정보 습득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으나,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된다.

검색 엔진에서 ‘답변 자판기’로... 트래픽 구조의 변화
2000년대 초반 검색 엔진은 언론사로 트래픽을 보내주는 관문 역할을 했다. 소셜 미디어 시대를 거쳐 생성형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패러다임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은 웹상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가 원본 출처를 방문하지 않고도 원하는 답을 얻게 만든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번 행보를 ‘플랫폼 병목 현상(Platform choke point)’의 심화로 해석한다. AI가 전면에 나서고 원본 콘텐츠는 배경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뉴스 소비 패턴에까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제로 클릭(Zero-Click)’의 공포와 경제적 타격
미디어의 수익 모델은 광고, 구독, 라이선싱 등 대부분 ‘사용자의 방문’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AI가 ▲주요 논거 ▲핵심 데이터 ▲맥락을 완벽히 요약해 제공한다면, 사용자의 ‘클릭’ 유인은 현저히 떨어진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단 10~20%의 사용자가 AI 요약만 보고 이탈하더라도 언론사가 입게 될 매출 타격은 막대하다. 실제로 2024년 구글 검색 내 ‘AI 오버뷰(AI Overviews)’가 확대 적용된 이후, 유기적 트래픽(Organic Traffic) 감소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구글이 현재는 파트너사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트래픽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을지, 실험 종료 후에도 보상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구글의 반론과 미디어의 딜레마
물론 구글의 주장대로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정보 과부하 시대에 AI 요약은 사용자가 복잡한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도록 돕고, 이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관련 기사를 탐색하게 유도할 수도 있다. 고품질 요약이 ‘진성 독자’를 선별하여 언론사에 양질의 트래픽을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디어 전문가들은 ▲AI가 정보 소비의 종착지가 되는 현상 ▲원작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 없는 ‘무임승차(Free-rider)’ 문제 ▲트래픽 감소로 인한 심층 취재 동력 상실 등을 경고한다. 이는 곧 소수의 플랫폼이 정보의 노출과 요약 방식을 독점하는 ‘민주주의적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생산자의 생존 전략: ‘깊이’와 ‘관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언론과 크리에이터들이 취해야 할 전략은 명확해지고 있다.
첫째, 플랫폼 의존도 탈피다. 검색이나 소셜 알고리즘에 기대지 않고, 뉴스레터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독자와 직접적인 관계(Direct Relationship)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콘텐츠 차별화다. AI가 쉽게 생성할 수 있는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인간만의 통찰과 깊이가 담긴 독창적인 심층 보도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전략적 저작권 행사다. AI 학습에 대한 데이터 사용을 선별적으로 허용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이 ‘거대 AI가 주는 정제된 답변’으로 획일화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창작자가 공존하는 생태계’로 남을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구글의 이번 실험은 단순한 기술 테스트를 넘어, 향후 10년 웹의 모습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